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조사 결과, 국내 주요 배달 애플리케이션(이하 배달앱)들이 입점업체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불공정 약관 조항을 다수 사용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특히 쿠팡이츠의 경우, 할인 전 가격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부과하는 약관 조항이 약관법 위반으로 판단되어 시정 권고를 받았다. 이는 입점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할인 행사로 인한 손해에도 불구하고, 실제 발생하지 않은 매출에 대해서까지 수수료를 부담하게 만드는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낸다.
현행 쿠팡이츠의 약관은 입점업체가 발행하는 할인 쿠폰이나 자체적인 가격 인하 행사 시에도, 소비자가 실제 결제한 금액이 아닌 ‘할인 전 판매가’를 기준으로 중개 수수료와 결제 수수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입점업체가 할인 비용을 직접 부담함에도 불구하고, 할인액만큼의 추가적인 수수료 부담까지 떠안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공정위는 이러한 약관이 거래의 실질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중개 서비스의 대가로서는 실제 중개된 금액을, 결제 수수료로서는 실제 결제된 금액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즉, 입점업체가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경우,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지불한 할인 후 가격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적 측면에서 동일한 거래임에도 불구하고 수수료 부과 기준 금액이 달라지는 불합리한 상황을 개선하고자 하는 조치이다.
이뿐만 아니라, 공정위는 쿠팡이츠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이 입점업체 이용 약관에 포함한 10가지 유형의 불공정 약관 조항에 대해서도 시정을 권고했다. 그중 하나는 배달앱 내 가게 노출 거리 제한과 관련된 조항이다. 가게 노출은 더 많은 주문과 매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는 핵심적인 요소이기에, 이를 일방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입점업체의 예측 가능성을 침해하고 잠재적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악천후나 주문 폭주 등 불가피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노출 거리 제한 시 입점업체에 대한 사전 통지 절차가 보장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두 배달앱의 약관에는 이러한 통지 절차가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특히 쿠팡이츠의 경우, 노출 거리 제한 사유 자체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아 플랫폼 사업자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른 제한이 이루어질 우려가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양사는 제한 사유를 구체화하고, 입점업체의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 통지하도록 관련 조항을 시정하기로 합의했다.
더불어, 대금 정산 보류, 유예, 주기 변경 등과 관련된 조항들에서도 입점업체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불공정성이 발견되었다. 배달앱 사업자가 대금 정산을 보류하거나 유예하는 경우, 그 사유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해당 약관은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사유를 포함하고 있었다. 또한, 지급 보류 시 입점업체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적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지적되었다. 이에 대해 사업자들은 대금 정산 유예 사유를 구체화하고, 소명 기간을 연장하여 이의 제기 절차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계약 종료 시 판매 대금 예치 조항을 삭제하고, 플랫폼 귀책 사유로 정산 지연 시 지연 이자를 지급하도록 약관을 시정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이번 시정 권고를 통해 주요 배달앱 사업자들이 입점업체와 체결하는 약관을 개선하고, 배달앱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함으로써 입점업체가 불공정 약관으로 입게 될 피해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이미 시정안을 제출했으며, 신속한 약관 개정 절차를 거쳐 시행할 예정이다. 특히 수수료 부과 기준과 관련해서는 향후 60일 동안 쿠팡이츠의 시정 의사를 확인하고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며, 사업자가 권고를 따르지 않을 경우 약관법상 시정 명령을 검토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불공정 약관을 적극적으로 점검하고 시정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