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선 작가가 ‘생명의 본질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화두로 삼아, 미시적 단위에서부터 거시적 우주까지 아우르는 조형 세계를 펼쳐 보이는 개인전을 청담과 한남 매스갤러리에서 동시에 개최한다. 오는 10월 28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The Great Cosmic Shower : 물 먹은 별’과 ‘Mystic Eclipse : 기울어진 달, 떠오르는 태양’이라는 부제로, 서로 다른 공간에서 작가의 폭넓은 예술적 탐구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생명의 본질’이라는 심오한 주제를 탐구하기 위해 작가가 마주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천체 물리학자들이 우주에 존재하는 행성, 암흑물질, 암흑에너지에서 생명의 기원을 찾고, 우리 몸을 이루는 분자들이 우주에서 왔으며 인류의 직계 조상이 별이라는 과학적 사실에 주목하면서, 장용선 작가는 생명의 본질이 가까운 곳부터 먼 우주까지 도처에 존재함을 인지했다. 이러한 인지는 ‘생명의 본질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졌고, 이는 그의 예술 작업의 중요한 동기가 되었다.
작가는 이러한 탐구를 시각화하기 위해 ‘생명’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세포’의 군집으로 조형물을 구성했다. 특히 절단된 파이프의 투과된 구조를 활용하여 세포 구성 배열의 시각적 특성을 포착했다. 파이프의 단면을 세포로, 그리고 파이프의 배열을 생명체의 구조와 의미맥락으로 일치시키는 방식으로, 최소 단위의 모듈을 집적시켜 미시적으로 발아 분열하는 생명체 세포를 표현하는 동시에, 거시적으로는 우주에 존재하는 암흑물질, 행성 등을 형상화했다.
매스갤러리 청담에서는 ‘The Great Cosmic Shower : 물 먹은 별’이라는 주제로 연속성과 흐름의 이미지를 담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마치 물결처럼 이어지는 형태는 작은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구조를 이루는 과정을 보여주며, 존재의 기원이 미세한 단위로부터 출발하고 완성되어 서로를 지탱하며 연대하는 일부가 됨을 시사한다. 반면, 매스갤러리 한남에서는 ‘Mystic Eclipse : 기울어진 달, 떠오르는 태양’이라는 주제로 작가 자신의 내밀한 감각에 집중하는 작업을 전시한다. 작가는 일상적인 감각으로는 결코 관찰할 수 없었던 생기를 찾아내고자 스테인리스 스틸이라는 영원에 가까운 물질로 물성의 탐구에 집중했다. 철을 갈아내 광택을 얻는 혹독한 과정을 거치고, 용접 과정에서 발생하는 우연의 다양한 색을 작품에 배치하며, 특정한 물성과 기법이 빚어내는 상호 관계 속에서 탄생한 결과물들은 극지방의 오로라나 그을린 자국 같기도 하다.
조윤 큐레이터는 전시 서문에서 작가가 포착한 세포와 행성, 빛과 어둠의 알레고리, 즉 겉으로 드러난 통상적인 이야기와 깊숙이 숨겨진 상징적 의미가 장용선 작가의 미적 탐험과 심미적 바람에서 시작되는 조형 예술의 감각이자 근원이라고 밝혔다. 장용선 작가 역시 작업 노트를 통해 “나의 작업은 ‘생명의 본질’은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는지에 대한 물음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밝히며, 그의 작업이 단순한 예술적 표현을 넘어 과학적 통찰과 철학적 질문을 예술적으로 풀어내는 시도임을 강조했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에게 생명의 기원과 우주의 신비에 대해 깊이 사유할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