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민국은 복합 위기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으며,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고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국내적 ‘민주주의의 회복력’, 남북 관계에서의 ‘평화 정착’, 그리고 외교적으로는 ‘유연한 실용 외교’라는 세 가지 축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이는 분단이라는 미완의 과제가 남긴 깊은 상흔을 극복하고, 안중근 의사와 김구 선생이 꿈꿨던 진정한 동양 평화와 높은 문화의 힘을 실현하기 위한 국가적 과제이기도 하다.
발표의 배경에는 분단 체제가 초래한 문제점들이 자리하고 있다. 분단 체제는 남과 북을 가르는 물리적 장벽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내부의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정신적 장벽을 세워왔다. 이러한 ‘우리 안의 장벽’을 허물고, 분열과 배제를 넘어 포용과 통합, 연대와 상생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는 선언은 이러한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다. 분단 체제가 야기한 민주주의의 억압과 사회적 갈등을 극복하고, 진정한 의미의 통합과 연대를 이루는 것이 시급한 과제임을 인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먼저 ‘평화’는 안전한 일상의 기본이자 민주주의의 토대이며 경제 발전의 필수 조건이라는 인식이 제시된다. 평화는 경제 발전이라는 꽃을 피우기 위한 튼튼한 땅과도 같기에, 일상의 안전이 보장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강조된다. 남북 관계에서는 ‘신뢰 구축’이 핵심으로 부각된다. 신뢰는 단순한 말이 아닌 ‘행동’으로 구축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전단 살포 중단이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과 같은 선제적인 긴장 완화 조치의 중요성이 제기된다. 과거 정부의 적대 정책으로 인해 깊어진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갖고 차근차근 접근해야 할 것이다. 또한,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으로 남쪽을 향한 문을 닫고 북미 대화 여건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북한의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해법 모색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또한, 남북 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의 특수 관계’로 규정하는 것은 분단 극복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잊지 않으면서도 두 국가의 현실을 인정하는 지혜로운 접근이다. ‘체제 존중’을 강조하며 흡수 통일을 추구하지 않고 모든 적대 행위를 중단하겠다는 선언은 남북 기본 합의서, 6.15, 10.4, 판문점 선언, 9.19 공동선언 등 모든 남북 합의를 관통하는 핵심 정신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합의 존중은 통일 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의 중요성을 반영하며, ‘특수 관계’라는 이중적 개념의 유연성을 통해 얼마든지 현실에 맞는 방식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외교적으로는 ‘핵 없는 한반도’라는 목표를 강조하면서도,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와 변화된 국제 환경 속에서 협상 환경 조성이 쉽지 않은 과제임을 인정한다. 따라서 남북 관계 개선뿐만 아니라 북미 대화를 포함한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 특히, 과거를 직시하면서도 미래를 위한 협력을 강조하는 한일 관계 개선은 보호무역주의 물결 속에서 새로운 지역 협력을 모색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으로 인식된다. 공급망 혼란과 무역 질서 변동 속에서 한일 양국의 상생 협력은 안보 분야에서도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엔드(END·Exchange Normalization Denuclearization)’ 이니셔티브는 교류, 관계 정상화, 그리고 비핵화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한반도에서의 대결 시대를 종식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구축하려는 구상이다. 이는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기반으로 ‘평화 정착’을 이루고, ‘유연한 실용 외교’를 통해 복합 위기를 돌파하여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비핵화는 엄중한 과제이지만,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는 냉철한 인식하에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국제사회와 함께 모색하며, ‘세계 등불’로서 국제사회에 완전히 복귀했음을 선언하는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