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5일, 국가공무원 공개채용시험이 치러졌다. 한 교실에서 20명의 응시자 중 19명이 시험에 응했을 정도로 높은 관심 속에 시험이 진행되었다는 동료의 전언은, 7년 전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었던 김윤서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 주무관에게 지난날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 김 주무관은 합격만을 바라보며 어둡고 긴 터널을 걷는 듯한 시간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그 시절, 그는 합격 후 어떤 어려움에도 웃으며 임하고 어떤 민원인에게도 친절하게 대할 수 있을 것이라 다짐했다. 두 번의 면접 끝에 합격이라는 결실을 맺고, “처음의 마음을 잊지 않는 공무원이 되겠다”고 호기롭게 말했던 그는 이제 증명서 발급과 전입 신고를 받는 민원 담당 공무원이 되었다. 그러나 7년이 지난 지금, 그는 당시 자신이 했던 말의 무게를 뒤늦게 깨닫고, 그 다짐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김 주무관은 문득 자신만이 공무원으로서의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졌다.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신규 공무원 시절, 모두 나와 같은 마음으로 공직에 발을 들였음을 알게 되었다. 읍행정복지센터의 일상은 분주했다. 매일 많은 민원인이 방문하며, 때로는 아기의 출생 신고를 받으며 훈훈함을 느끼고, 때로는 사망 신고를 받으며 슬픔을 함께 나누었다. 길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민원인이었다는 생각에 마음속으로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과거 민원을 받고 사실 조사를 나갔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이러한 일련의 경험 속에서 김 주무관은 일에 대한 마음과 감정이 많이 무너져 있음을 느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감정을 추스를 기회가 찾아왔다. 산불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되면서 김 주무관을 포함한 직원들은 주말에도 산불 근무에 나서야 했다. 팀장들과 함께 마을을 순찰하며 위험 요소를 확인하고, 주민들에게 산불 예방 및 대처 요령에 대한 홍보지를 배포했다. 행정 차량에서 흘러나오는 홍보 노래를 들으며, 출장 경험이 많지 않아 지리에 어두웠던 자신도 주덕읍 일대를 꼼꼼하게 살펴보게 되었다. 벚꽃이 아직 피지 않아 한산했던 공설묘지에서 성묘객들에게 산불 예방 홍보물을 전달하며 조심해 달라고 당부하는 과정에서, 산불이 국가적인 재난 상황이며 이 상황을 조금이나마 돕는 것이 공무원의 일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날 오후, 고마운 봄비가 내리듯 여러 유관기관에서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성금 기부가 이어졌다. 성금 접수로 바쁜 동료 주무관의 모습을 보며, 우리가 살아가는 지역사회가 서로 돕고 보듬는 공동체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김 주무관은 7년이라는 시간 동안 공무원으로 일하며 느낀 바를 ‘다리’에 비유했다. 공무원이란 주민들이 상생할 수 있도록 돕는 ‘다리’이며, 사람들이 안전하게 건너편으로 나아가 서로 만나 함께 돕고 살 수 있도록 자신의 등을 내어주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제 김 주무관은 가장 강하고 튼튼한 돌다리가 되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튼튼한 두 ‘다리’로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며, 과거 벽을 더듬던 느린 걸음이 아닌, 분명한 목적지를 향해 빠르게 뛰어나가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