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집중호우 등 이상기후와 가공식품 가격 인상 등 고물가 영향으로 우리나라 가구의 식료품·음료 소비가 9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식료품·비주류음료 명목 가구 소비지출은 월평균 42만 2727원으로, 전년(41만 5225원) 대비 1.8% 증가했다. 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지난 8월 농축산물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상승하며 서민 경제에 부담을 안기고 있다. 이러한 물가 불안정은 집중호우와 폭염 등 예상치 못한 기상 악화와 더불어, 일부 품목의 공급 부족 및 국제 가격 상승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다가오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물가 안정을 위한 다각적인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원예농산물의 경우, 정부의 적극적인 가용 물량 공급과 세심한 품목별 생육 관리 덕분에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배추는 고온과 폭염으로 인한 출하량 감소 우려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대 규모인 3만 5,500톤의 정부 가용 물량을 적시에 시장에 공급하여 가격 안정세를 지켜낼 수 있었다. 추석 성수기 출하면적 역시 지난해 대비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어 공급 여건은 긍정적이다. 다만, 배추는 여전히 기상 여건에 따른 생산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병해충 방제와 물 관리에 더욱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무, 당근, 양배추 등은 생산량 증가로 가격이 하락해 소비 촉진을 위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으며, 애호박과 청양고추 등 시설채소 역시 일조량과 생육 상태가 양호하여 안정적인 공급이 지속될 전망이다.
과일류에서는 사과와 배가 폭염으로 인한 생육 지연을 겪었으나, 과실 크기 증가 등 생육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추석 성수기 출하량 또한 농가의 높은 출하 의향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농식품부는 추석 수요에 대비해 계약재배 물량을 집중 공급하고, 수확 전까지 기상 급변에 대비한 작황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쌀 가격은 햅쌀 출하를 앞두고 산지 유통업체들의 원료 확보 경쟁 심화로 지난해보다 11% 상승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정부 양곡 3만 톤을 대여 방식으로 산지 유통업체에 공급하고 있으며, 이달 말까지 이를 쌀로 가공하여 전량 시중에 방출할 예정이다. 더불어 대형 유통업체와의 협력을 통한 할인 행사도 병행하여 소비자 부담 완화에 힘쓰고 있다.
축산물의 경우, 한우는 지난해 공급 과잉으로 인한 낮은 소매 가격 형성에 따른 기저효과와 국제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7.1% 상승했다. 현재 한우 가격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평년 수준보다는 다소 낮은 상황이다. 농식품부는 추석 성수기 한우 공급량 확대를 추진하는 한편, 자조금 및 주요 유통업체와 협력하여 한우와 한돈 할인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돼지고기는 국제 축산물 가격 상승에 따른 국내산 수요 증가로 가격이 오른 것으로 보이나, 이달 중 도축 물량 증가로 점차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국내산 수요 분산을 위해 할당관세가 적용되는 가공식품 원료육 1만 톤의 조기 도입을 독려하여 다음 달 말까지 80% 이상 도입할 계획이다. 계란 역시 소비 증가와 산지 가격 인상으로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양계 농협을 통한 공급 확대와 대형마트 등과의 협업을 통한 할인 행사 추진으로 수급 안정화를 도모할 방침이다.
가공식품은 일부 원재료 가격 상승 및 경영비 부담 증가로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했으나, 최근 원재료 가격 안정세에 힘입어 전월 대비 상승폭은 0.2%에 그쳤다. 외식 부문은 원재료 및 인건비 상승 등의 복합적 요인으로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으나 전월 대비 추가 상승은 없었다. 농식품부는 가공 및 외식업체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수입 원재료 할당관세 품목을 확대하고, 국산 농산물 및 외식업체 식재료 구매 자금을 지원하며, 공공 배달 앱 할인 쿠폰 지급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소비자 부담 완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농식품부는 앞으로도 농축산물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주요 품목별 수급 상황과 잠재적 리스크 요인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특히 소비가 집중되는 추석 명절을 대비하여, 관계 부처 합동으로 농축산물 성수품 공급 대책과 대규모 할인 지원 방안을 이달 중 마련하여 시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