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 발전의 가속화와 함께 경제·사회·기술적 환경 변화는 경쟁 정책에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특히 디지털 경제의 도래와 인공지능(AI)의 부상은 데이터의 공정한 활용, 전자상거래 및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환경 변화 속에서 경쟁당국은 핵심 원칙을 지키면서도 끊임없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해법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9월 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제13회 서울국제경쟁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미국, 프랑스, 일본, 폴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캐나다, 독일, 호주,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등 해외 경쟁당국의 고위급 인사와 국제기구, 학계, 기업, 법조계 관계자 등 300명 이상이 참석하여 오늘날의 경제·사회·기술적 환경 변화와 이에 대응하기 위한 경쟁 정책 및 법 집행 방향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자리였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디지털 및 AI 등 기술 발전이 변화를 주도하는 가운데 성장, 혁신, 지속가능성 등이 세계적인 아젠다가 되고 있음을 언급하며, 각국의 경쟁당국이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나침반을 끊임없이 점검하고 조정해 나가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포럼을 통해 각 경쟁당국의 경험과 통찰을 공유함으로써 공동의 해법을 모색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디지털 경제의 핵심 자원인 데이터가 공정하게 활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과 전자상거래 및 OTT 시장을 건강하고 공정하게 만드는 것이 성장과 혁신에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 역시 축사를 통해 세계 경제가 마주한 불확실성과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시장 환경 변화를 설명하며, 시장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는 시기일수록 전 세계 경쟁당국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서울포럼이 각국의 경험과 지혜를 모아 공동의 해법과 연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브누아 쾨레 프랑스 경쟁청장 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쟁위원회 의장은 ‘한글’처럼 누구나 지식을 접할 수 있도록 창제된 것처럼, 국제 경쟁 공동체의 역할 역시 누구나 공정한 경쟁의 장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에 있음을 강조하며, 이번 포럼이 국제 경쟁 공동체에서의 고위급 대화를 심화하려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라고 평가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총 세 가지 주제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졌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 앤드류 퍼거슨 위원장, 프랑스 브누아 쾨레 경쟁청장, 일본 공정취인위원회 에이지 차타니 위원장, 캐나다 경쟁청 진 프랫 부청장, 한국 공정위 김정기 상임위원 등 5명의 경쟁당국 수장 및 고위급 인사들이 참여하여 경쟁당국이 직면한 환경 변화와 도전 과제를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각국의 통찰과 대응 방안을 공유했다.
이어진 두 번째와 세 번째 세션에서는 디지털 경제의 구체적인 분야로 초점을 옮겨 논의를 전개했다. 제2세션에서는 데이터가 인공지능 개발과 디지털 서비스 창출 및 개선에 필수 요소로 활용되고 디지털 시장의 주요 경쟁 수단으로 부각됨에 따라, 데이터와 관련된 경쟁 및 소비자 보호 이슈를 심층적으로 다루었다. 이 세션에는 폴란드 경쟁소비자보호청 토마시 흐루스트니 청장, 독일 연방카르텔청 이레네 세프칙 국장, 호주 경쟁소비자위원회 케이트 리더 국장, OECD 경쟁 분과 오리 슈왈츠 분과장,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케서린 켐프 교수, 한국 성신여자대학교 황태희 교수가 참여하여 다양한 관점에서 데이터를 둘러싼 경쟁 정책적 과제를 분석했다.
제3세션에서는 전자상거래 및 OTT 시장의 고유한 특성을 분석하고, 이들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독과점 사업자의 지위 남용 행위, 소비자 대상 불공정거래 행위, 알고리즘을 활용한 경쟁 제한 행위 등에 대한 각국의 대응 현황을 논의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경쟁청 파하드 알샤트리 CEO, 남아프리카공화국 경쟁위원회 도리스 체페 위원장(온라인 참석), 싱가포르 경쟁소비자위원회 이 키아 응 부처장,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핀지에 후 부국장, 홍콩 대학교 토마스 청 교수, 영국 리즈대학교 피나르 아크만 교수가 참여하여 글로벌 디지털 시장의 공정 경쟁 환경 조성을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이번 제13회 서울국제경쟁포럼은 나날이 복잡해지는 경쟁 정책상의 도전을 해결하는 데 있어 각 경쟁당국의 경험과 모범 사례를 공유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앞으로 더욱 공정하고 혁신적인 디지털 경제 생태계 구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