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스템반도체 제조사인 브로드컴이 국내 셋톱박스 제조사들에게 자사 부품만을 사용하도록 강요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기존 계약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등의 부당 행위로 인해 국내 시스템반도체 시장의 거래 질서가 교란될 우려가 제기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는 브로드컴이 신청한 동의의결안을 최종 확정하고 2025년 9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이번 동의의결의 핵심은 브로드컴이 국내 셋톱박스 제조사 등 거래 상대방에게 더 이상 자사 시스템반도체(SoC)만을 탑재하도록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거래 상대방이 경쟁 사업자와 거래한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계약 내용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행위 역시 금지된다. 더 나아가 브로드컴은 거래 상대방이 전체 시스템반도체 수요량의 50%를 초과하여 자사 제품을 구매하도록 강요하거나, 이를 조건으로 가격 또는 기술 지원 등 혜택을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없게 된다. 만약 거래 상대방이 이러한 구매 요구를 거절하더라도, 브로드컴은 판매 및 배송 중단, 지연, 기존 혜택 철회 및 수정과 같은 불이익을 제공할 수 없다. 이러한 시정 방안의 철저한 준수를 위해 브로드컴은 2031년까지 매년 자율준수제도(Compliance Program)를 운영하고 공정거래법 교육을 실시하며, 준수 여부를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
이번 결정은 브로드컴의 부당 거래 강요 행위를 즉각적으로 시정하는 것에 더해,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건전한 생태계 발전을 위한 상생 방안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브로드컴은 130억 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조성하여 국내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전문가 및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과정 운영을 지원한다. 또한, 5년간 매년 40여 개의 국내 중소 사업자를 대상으로 설계 자동화 소프트웨어(EDA) 지원을 제공하며, 중소사업자들의 홍보 활동 지원에도 나선다. 이러한 상생기금은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운영을 맡는다.
이번 동의의결은 유럽 집행위원회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에서도 브로드컴의 유사 행위에 대해 동의의결 방식으로 처리했던 선례를 고려한 결정이다. 공정위는 사건의 성격, 브로드컴이 제시한 시정 방안의 거래 질서 개선 효과, 타 사업자 보호, 그리고 예상되는 제재 수준과의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최종 동의의결안을 인용했다. 브로드컴이 제시한 시정 및 상생 방안의 신속한 이행은 국내 시스템반도체 시장의 거래 질서 개선과 공익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공정위는 한국공정거래조정원과 함께 브로드컴의 동의의결 이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시스템반도체 등 관련 분야의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한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감시를 지속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