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수많은 왕릉 속에는 왕의 생모나 생부, 왕세자빈 등 왕실 가족이 잠든 원(園)과 묘(墓)가 자리하고 있다. 이들 원·묘에는 왕실의 숨결을 담은 300여 점에 달하는 귀중한 석조문화유산이 존재하지만, 그동안 왕릉에 비해 체계적인 보존 관리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산림청 국립수목원과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궁능유적본부는 3년간의 공동 연구 끝에 원·묘 석조문화유산의 보존 방안을 마련하고 그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동안 원·묘 석조문화유산은 낡고 훼손되는 경우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왕릉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며 전문적인 보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남아 있었다. 특히 암석에 붙어 사는 작은 공생체인 지의류의 번성이나 자연적인 풍화 작용으로 인해 석조문화유산의 상태 진단과 보존이 더욱 복잡한 문제로 인식되어 왔다. 이에 세 기관은 ‘조선왕릉 내 원·묘 석조문화유산의 보존방안 공동연구’를 추진하며 남양주 광해군묘를 포함한 총 10개 원·묘에 분포한 약 300여 점의 석조문화유산을 대상으로 3년간의 정밀 조사를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국립수목원과의 협력을 통해 지의류의 종 다양성과 분포 양상을 최초로 파악했으며, 최신 과학 기술인 초분광 영상 분석 기법을 활용하여 석조문화유산의 보존 상태를 진단하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공동 연구의 결실을 공유하고 원·묘 석조문화유산의 체계적인 보존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학술발표회가 오는 9월 9일 오후 1시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개최된다. 이번 발표회에서는 ▲조선후기 원묘 석물의 조영 및 편년 연구, ▲3개년 정밀 조사 결과 및 현황 분석, ▲원묘에서의 지의류 다양성 및 생물 관리 방향성, ▲석조문화유산 초분광 영상 분석의 활용 전망, ▲세계유산 조선왕릉 보존관리와 석조문화유산 조사의 필요성 등 총 6건의 심도 깊은 주제발표가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학술발표회를 통해 지난 3년간의 공동 연구 성과가 공유되고, 원·묘 석조문화유산에 대한 체계적인 보존 관리 방안이 처음으로 논의됨으로써, 앞으로 이러한 문화유산들이 후대에 온전히 전승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과 궁능유적본부는 앞으로도 첨단 과학기술을 적극 도입하여 실질적인 보존 방안을 모색하고, 석조문화유산의 지속적인 보존과 관리를 위해 기관 간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