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전환(AX) 시대를 맞아 국방 분야의 디지털 혁신을 모색하기 위한 「2025 국방 지능정보화 컨퍼런스」가 2025년 9월 3일 서울드래곤시티 호텔에서 개최되었다. 올해로 24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는 군, 산업계, 학계, 연구기관 전문가 약 900명이 참석하여 ‘AX 시대, 미래 전장환경 대응을 위한 국방 디지털 혁신’을 주제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컨퍼런스에서 논의된 내용과 참석자들의 발언을 종합해 볼 때, 국방 디지털 혁신의 구체적인 경로와 속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국방부는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첨단 과학기술 강군으로의 도약을 강조하며 인공지능을 국방 전반에 접목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안규백 국방부장관은 개회사를 통해 “인공지능(AI)은 최적의 전략을 마련하고 지휘 결심을 지원하는 도구가 되었으며, 이제 전장의 승패는 수십만 병력이 아닌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의해 좌우된다”고 언급하며 국방 지능정보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는 미래 전장에서의 승패 결정 요인이 전통적인 인력과 무기 체계에서 데이터와 AI 알고리즘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국방부는 첨단 지능정보기술을 군에 적용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인공지능을 비롯한 첨단 과학기술을 국방에 과감히 접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비전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현실적인 장애물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컨퍼런스에서는 서울대 장병탁 AI연구원장과 윌리엄 네이션(William Nation) 무인체계 컨설턴트가 각각 ‘AX시대의 미래 국방 발전방향’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살펴보는 최신 전장환경’을 주제로 기조 강연을 진행했으며, 이후 세미나 세션에서는 AX시대의 데이터·클라우드 정책 및 제도 발전 방향, 첨단 디지털 기술의 국방 활용 방안에 대한 전문가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또한, 녹서포럼 박태웅 의장은 ‘인공지능 기술의 특이점과 동향’에 대해 발표하며 참석자들과 소통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6개의 전시 부스에서는 대화형 AI 아바타, 로봇팔을 이용한 AI 포토 부스, 메타버스로 구현한 해군함정 등 민간의 혁신 기술을 선보이고 체험할 수 있도록 했으며, 데이터 수집, 분석, 생성과 관련된 최신 기술을 소개하는 볼거리도 제공했다.
이러한 발표와 전시 내용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방 분야의 디지털 혁신이 직면한 실질적인 문제점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다. AI 전환 시대에 국방 시스템의 현대화와 효율성 증대는 필수적이지만, 실제 군에서의 AI 기술 도입과 확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술적, 제도적, 인력 양성 관련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해결책 논의는 미흡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방대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수집, 분석, 활용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과 관련 법규 및 제도 정비, 그리고 AI 기술을 다룰 수 있는 전문 인력 양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더욱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이번 컨퍼런스가 디지털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한 민간과의 협력을 공고히 하고 첨단기술의 신속한 군 적용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성과 도출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전략 수립과 과감한 투자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현재 국방 디지털 혁신은 인공지능이라는 강력한 도구를 갖추고 있지만, 그 활용을 위한 기반 마련과 구체적인 실행 계획의 부재는 미래 전장 환경 변화에 대한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