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잇몸 질환인 치주염은 치조골 손실을 동반하며 구강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최근 농촌진흥청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녹두의 어린싹, 즉 녹두순이 이러한 치주염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인 천연 소재로서의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다. 특히 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구강 건강 관리가 더욱 중요해지는 현시점에서, 녹두순이 제공할 수 있는 예방 중심의 해결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농촌진흥청 푸드테크소재과 연구진은 녹두순 추출물이 치주염으로 인해 염증을 겪는 잇몸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했다. 그 결과, 염증성 물질인 IL-6와 IL-8의 감소가 각각 21%와 25%에 달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녹두순 추출물이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결과다. 더 나아가, 치주염으로 인해 치조골이 크게 손상된 동물 실험에서도 녹두순 추출물을 급여하자 치주염 진행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CEJ-ABC 거리가 8.5%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또한, 염증 점수 역시 0~4점 척도에서 1에서 0.5로 절반 이상 줄어들면서 조직 구조가 정상에 가까운 형태로 회복되는 것을 관찰했다. 이러한 결과는 녹두순이 단순한 항산화 효과를 넘어, 치주염으로 인한 조직 손상을 직접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음을 증명한다.
녹두순의 이러한 효능은 플라보노이드라는 성분에서 비롯된다. 플라보노이드는 항산화 및 염증 억제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녹두순은 메밀 등 다른 식물에 비해 루틴이라는 플라보노이드 함량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싹이 튼 지 10일 차에 플라보노이드 함량이 가장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최적의 수확 시기를 통해 기능 성분을 극대화할 수 있다. 조선시대 의학서인 『동의보감』에서도 녹두가 해독 작용과 함께 갈증 해소, 소변 배출 촉진, 부종 완화 효과가 있다고 기록하고 있어, 녹두의 오랜 약용 역사를 통해서도 그 효능을 짐작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녹두순 추출물을 유효성분으로 함유하는 치주질환 개선·예방 조성물’에 대한 특허(10-2025-0105748)를 출원했으며, 향후 기술 이전을 통해 기능성 치주 건강 제품의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고령화로 인해 구강 건강 관리가 더욱 중요해지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녹두순과 같은 천연 소재가 구강 건강을 넘어 다양한 기능성 제품으로 확대된다면, 관련 산업의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