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서 콩나물국밥은 흔히 ‘요리’로 대접받지 못한다. 식당 백반에 곁들여 나오는 국으로 여겨지며, 종종 실망감을 안겨주는 메뉴이기도 했다. 콩나물 자체의 푹 퍼진 식감과 푸짐한 건더기 부재, 그리고 옅은 맛으로 인해 큰 기대를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값싼 콩나물만으로 구성된 이 국은 다른 메뉴에 비해 값이 적게 나가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전라북도로 향하면 콩나물국밥을 대하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곳에서 콩나물국밥은 단순한 국물 요리를 넘어 지역의 최고 음식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그 명성은 익히 알려져 왔다. 전라북도, 특히 전주를 중심으로 한 지역에서는 콩나물국밥이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 지역 콩나물국밥은 주문 방식부터 차별화된다. 수란으로 할지, 날계란으로 할지, 오징어를 넣을지 말지, 밥을 토렴해서 먹을지 따로 낼지 등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한다. 더욱이 이러한 방식은 가게마다, 혹은 동네마다 미묘하게 달라져 마치 하나의 문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복잡한 듯 보이는 주문 과정은 오히려 이 지역 콩나물국밥의 매력을 더하는 요소가 된다. 현지인처럼 제대로 주문하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이는 주인은 매출을 올리고, 안내자는 보람을 느끼며, 주문자는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게 되는 ‘일거삼득’의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남부시장에서 경험할 수 있는 콩나물국밥의 독특한 조리 방식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차가운 새벽 공기 속에서 김이 피어나는 국솥 앞에서 주문을 받으면, ‘이모’가 국이 담긴 투가리를 탁자에 올린다. 이후 하이라이트가 시작되는데, 손님 앞에서 직접 마늘과 매운 고추를 다져 넣는 과정이다. 이렇게 즉석에서 다져 넣는 양념은 미리 썰어둔 양념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신선한 향과 풍미를 국밥에 더한다. 빠르게 음식을 내놓아야 하는 영세한 식당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정성스러운 조리 과정이다.
전주뿐만 아니라 익산, 군산 등 전라북도 내 여러 도시에서도 콩나물국밥으로 유명한 가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세 집 건너 하나는 콩나물국밥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흔하게 자리 잡고 있다. 비록 예전처럼 과음하는 사람들이 줄고 외식 선택지가 다양해졌지만, 전라북도 방문객에게 콩나물국밥은 여전히 빼놓을 수 없는 지역 대표 음식으로 각인되고 있다.
◆ 박찬일 셰프는 오랫동안 음식 재료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탐구하며 전국의 노포 식당들을 소개해왔다. 주요 저서로는 《백년식당》,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