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지역에서 나물콩과 레드향 감귤의 안정적인 생산을 위협하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다. 콩나물의 주요 원료인 나물콩은 제주에서 전국 재배면적의 70% 이상을 차지하지만, 기후 변화로 인한 품질 저하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특히 여름철 폭염은 껍질이 얇아 취약한 레드향 품종의 열매 터짐(열과) 피해를 증가시키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농촌진흥청이 직접 발벗고 나섰다.
이승돈 농촌진흥청장은 지난 9월 4일 제주 지역 나물콩 및 레드향 재배 농가를 연이어 방문하여 현장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해결 방안 모색에 나섰다. 이번 방문은 국립식량과학원이 개발한 신품종 나물콩의 지역 적응성을 확인하고, 기후 변화로 인해 심화되는 레드향의 열과 피해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 청장은 특히 제주시 한경면의 나물콩 실증 재배 농가와 서귀포시 대정읍의 레드향 재배 농가를 찾아 재배 현황과 농가들의 애로사항을 경청했으며, 안정적인 생산을 위한 다각적인 대책 마련을 당부했다.
국립식량과학원이 개발하여 현장 실증 중인 ‘아람'(2016)과 ‘해찬'(2023) 품종은 기계 수확에 적합하고 콩나물 가공 시 품질이 우수하여 농가들로부터 높은 선호를 받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국립식량과학원과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한 안정적인 나물콩 생산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나아가 2025년부터는 제주 현지에서 아열대 기후 적응성 평가 긴급 과제를 수행하며, 콩과 녹두 등 식량작물의 재배 적응성을 체계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다. 이승돈 청장은 “앞으로 제주 지역의 식량작물 분야 연구를 적극 추진하여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품종 개발과 보급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청장은 2010년부터 레드향을 재배해온 농가를 방문하여 열매 터짐 현상의 심각성을 확인하고, 근본적인 발생 원인을 파악하여 고온에서도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종합적인 재배 지침 마련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실제 2024년 기준으로 노지감귤의 열과 발생률이 23.3%인 반면, 레드향은 37.0%에 달하는 높은 피해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2023년 기준 제주 지역 레드향 재배 면적은 906ha, 생산량은 25,344톤에 이르는 만큼 그 경제적 피해 또한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레드향 열매 터짐 피해 경감 기술 개발과 재배 체계 개선을 통해 농가의 소득 안정화에 기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