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공자에 대한 보훈급여금 환수 과정에서 발생한 행정의 기계적 적용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고령의 국가유공자가 혼외 자녀를 인지함으로써 뒤늦게 가족관계가 변경되었고, 이를 이유로 이미 지급된 5년 치 보훈급여금 약 1,062만 원을 환수하려던 처분이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이하 중앙행심위)에 의해 취소된 것이다. 이는 법 집행의 탄력적이고 합리적인 해석이 필요함을 시사하는 사례로 분석된다.
해당 사건의 당사자인 ㄱ씨는 전상군경으로 등록되어 무의탁수당을 받아왔다. 2009년부터 60세 이상이면서 부양할 자녀가 없다는 이유로 수당을 지급받았으나, 2024년 12월에 이르러 혼외 자녀들을 법적으로 인지하면서 가족관계가 소급하여 변경되었다. 이에 관할 보훈지청은 민법상 인지의 소급효를 적용하여 이미 지급된 수당 중 5년 치에 해당하는 금액을 환수하겠다는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중앙행심위는 이러한 행정기관의 처분이 위법하고 부당하다고 판단하여 해당 환수 처분을 취소했다.
중앙행심위는 여러 측면에서 환수 처분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첫째, ㄱ씨가 수당을 지급받던 당시 가족관계증명서상 자녀가 없었으므로 무의탁수당의 지급 자체는 당시 기준으로 정당했다. 둘째, ㄱ씨가 자녀들을 인지한 직후 관할 보훈지청에 이를 신고했으므로, 부정수급에 대한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었다. 셋째, 민법 제860조의 인지 소급효는 본래 상속권 등 민사상 권리 보호를 위한 것인데, 이를 사회보장적 성격이 강한 국가유공자법에 그대로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법의 본래 취지에 맞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마지막으로, 77세의 고령인 ㄱ씨가 지병으로 생활이 어려운 상황에서 거액의 수당을 환수할 경우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게 고려되었다. 중앙행심위는 환수 처분을 통해 얻는 공익보다 ㄱ씨가 입게 될 생활 안정 침해라는 불이익이 훨씬 크다고 판단했다.
조소영 중앙행심위원장은 이번 재결이 법의 취지와 개별 사안에서의 실질적인 부양가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익과 사익을 합리적으로 비교 및 형량해야 한다는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도 중앙행심위가 불합리한 환수 처분으로부터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번 결정은 복잡한 개인의 법률 관계 변화와 공적인 지원 제도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행정의 경직성을 지적하며, 법 적용에 있어 인간적인 면과 실질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