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강력한 방산 현지화 요구와 대규모 전력 증강 사업 참여 기회 확대라는 두 가지 숙제가 한국 방위산업 앞에 놓여있다. 중동의 여름처럼 뜨거운 현지에서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를 보였다. 지난 9월 3일부터 4일까지 사우디를 방문한 석 청장은 군수산업청(GAMI) 및 국방부 주요 인사들과의 연쇄 면담을 통해 한국 방산업체의 현지 방산협력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양국 간의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 방안을 모색했다.
이번 방문의 핵심 배경에는 사우디의 ‘Vision 2030’ 실현을 위한 50% 이상의 방산 현지화 목표가 자리하고 있다. 사우디 군수산업청(GAMI)의 아흐마드 압둘아지즈 알 오할리 청장과의 면담에서 석 청장은 이 목표 달성을 위한 양국의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사우디가 추진 중인 대규모 지상장비 현대화 사업, 함정, 전투기, 방공망 사업 등에서 한국 정부와 방산업체가 주도적인 현지화 방안을 제안하며, 이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한 전략적인 비용 절감과 운용 효율 극대화를 추구했다. 이는 단순히 제품을 수출하는 것을 넘어, 현지 생산 및 공동 개발을 포함한 포괄적인 협력을 통해 사우디의 국방력 강화와 한국 방산업체의 경쟁력 동반 상승을 목표로 한다.
더 나아가, 사우디 국방부의 칼리드 빈 후세인 알 비야리 정무차관과의 만남에서는 지상장비, 함정, 전투기, 방공, 인공지능(AI) 등 미래 전력 분야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협력 방안이 논의되었다. 양국은 현재 진행 중인 협력 사업을 기반으로 미래 전력 분야에서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합의했으며, 정부 간(G2G) 협력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대규모 방산협력 논의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양국의 전략적 증강 목표와 방향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미래 안보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방사청의 이러한 행보는 한국 방산업체의 사우디 현지 안착을 지원하는 실질적인 노력으로 이어졌다. 석 청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중동아프리카 지역본부 개소식에 참석하여 사우디 고위급 인사들에게 한국 정부와 업계의 일관된 방산협력 의지를 전달했다. 또한, LIG넥스원 현지 사무소를 방문하여 진행 중인 방산협력 사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방안과 추진 전략을 논의하며, 현지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한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약속했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은 이번 사우디 방문이 “한국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방산협력 시점을 고려한, 맞춤형 ‘Pin-Point’ 지원 전략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도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분석되는 상대국 및 방산협력 사업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을 이어갈 계획임을 밝혔다. 이러한 전략적 지원을 통해 한국은 세계 4대 방산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