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던 과일 껍질, 버섯 재배 후 남은 폐배지, 심지어 도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잔재물까지, 이러한 동식물성 잔재물이 제품의 원료로 재탄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현행 규제가 새로운 재활용 시도를 가로막던 상황에서, 환경부는 ‘순환경제 규제특례(샌드박스)’를 통해 이러한 혁신적인 시도들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월 도입된 이 제도는 일정 기간, 장소, 규모 안에서 기업의 신기술 및 서비스를 실증하도록 허용하고, 그 결과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면 관련 규제를 개선하거나 보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에 승인된 7건의 규제특례는 주로 농업부산물 등 폐기물을 활용한 신기술 및 서비스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식물성 잔재물을 활용한 원료 및 제품 생산 분야에서 6건의 과제가 선정되었는데, 이는 그동안 ‘폐기물관리법’ 상 재활용 용도가 비료, 사료, 연료, 활성탄, 비누 등으로 제한되어 있던 한계를 뛰어넘는 시도들이다. 예를 들어, 버섯 폐배지와 버섯 균사체를 활용하여 친환경 포장재 및 완충제를 개발하는 사업, 선인장 잎과 감귤박을 이용해 식물성 가죽을 제조하는 사업, 커피박과 위생용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재활용해 고양이 배변용 모래를 만드는 사업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맥주박, 감귤박, 쌀겨 등을 업사이클링하여 화장품 원료를 생산하거나, 배박과 감귤박에서 고기능성 원료를 추출하는 사업도 승인받았다.
동물성 잔재물 분야에서는 주원료로 가축분뇨를 사용하는 바이오가스 시설에 도축 잔재물을 함께 투입하여 바이오가스 생산량을 증대시키고, 발생하는 잔재물을 비료화하는 기술을 실증하는 사업이 주목받는다. 현재 도축 잔재물은 ‘폐기물관리법’에 따른 재활용업 허가를 받아야 하고, 가축분뇨 발효액 원료로 사용하기 어려운 제한이 있었으나, 이번 규제특례를 통해 경제성과 안전성을 검증받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은 이번 규제특례 부여가 재활용 기술의 현장 적용과 사업화를 촉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산업계의 도전과 혁신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번 특례 기간 동안 환경성과 경제성 등이 검증되면, 향후 관련 규정 개선을 통해 이러한 순환 경제 모델이 더욱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