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며 높은 치명률을 보이는 니파바이러스감염증이 제1급 법정감염병 및 검역감염병으로 신규 지정되었다. 이는 지난 2020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편 이후 처음으로 제1급 감염병이 새로 지정되는 사례로, 국내 유입 가능성에 대한 선제적 대비 태세를 갖추기 위한 조치다.
이번 지정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해 6월, 니파바이러스를 향후 공중보건 위기를 일으킬 수 있는 최우선 병원체로 선정한 데 따른 것이다. 니파바이러스는 감염 시 인체 치명률이 40%에서 7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인도와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환자 발생이 보고되고 있다. 비록 현재 국내 유입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평가되지만, 감염 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질병관리청의 판단이다.
질병관리청은 니파바이러스감염증을 제1급 감염병으로 지정하기 위한 고시 개정 및 시행을 9월 8일 월요일에 완료했다. 이에 따라 니파바이러스감염증으로 진단받은 환자 및 의심자는 앞으로 신고, 격리 조치, 접촉자 관리, 역학조사 등 공중보건 관리의 대상이 된다. 니파바이러스는 1998년 말레이시아의 돼지 농장에서 처음 보고되었으며, 감염된 동물(과일박쥐, 돼지 등)과의 접촉이나 오염된 식품(대추야자수액 등) 섭취를 통해 감염될 수 있다. 또한, 환자의 체액과의 밀접 접촉을 통해 사람 간 전파도 가능하다.
이와 함께 질병관리청은 환자 발생이 지속되고 있는 인도와 방글라데시를 검역 관리 지역으로 지정하는 조치도 완료했다. 해당 지역 방문 후 입국 시 발열, 두통 등의 증상이 있을 경우 Q-CODE(검역정보 사전입력 시스템) 또는 건강상태질문서를 통해 검역관에게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또한, 일선 의료기관은 니파바이러스감염증이 의심되는 환자가 내원할 경우 즉시 관할 보건소 및 질병관리청에 신고하고, 필요한 경우 격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이미 국내 유입 시 유전자 검출검사법(RT-PCR)을 통한 진단 검사가 가능하도록 진단 검사 체계를 구축했으며, 생물안전 4등급(BL4 시설)에서 진단 검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조치가 해외 감염병의 국내 유입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며, 코로나19 경험을 바탕으로 신종 감염병 대응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만큼, 앞으로도 전 세계 발생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국내 감염병 관리 체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