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다가오면서, ‘천년의 도시’ 경주를 중심으로 한 혁신의 미래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국제회의 개최 준비를 넘어, 대한민국이 아태평양 지역의 번영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끌어가는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원대한 목표 달성에는 여러 난제들이 산재해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치밀하고 체계적인 준비가 필수적이다.
APEC 정상회의 준비는 이미 순조롭게 진행되어 왔다. 2024년 12월 서울에서 열린 비공식고위관리회의(ISOM)를 시작으로, 기업인자문회의(ABAC), 고위관리회의(SOM) 및 각 분야별 장관회의가 경주, 인천, 부산, 제주 등지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되며 회의의 기틀을 다졌다. 특히 8월 한 달 동안에도 디지털·인공지능(AI) 장관회의, 식량안보장관회의, 여성경제회의, 문화산업고위급대화, 에너지장관회의 등 총 5개의 장관회의가 연달아 열리며 APEC 정상회의의 핵심 주제인 ‘연결, 혁신, 번영’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논의들은 구체적인 결과물로 이어지고 있다. 8월 4일 개최된 APEC 최초의 디지털·AI 장관회의에서는 ‘모두의 번영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디지털·AI 전환’을 주제로, ICT·디지털·AI 혁신 활성화, 보편적이고 의미 있는 디지털 연결성 증진, 안전하고 신뢰에 기반한 디지털·AI 생태계 조성 등에 대한 APEC 회원경제체의 공동 비전을 담은 장관 선언문이 채택되었다. 이는 글로벌 AI 경쟁 심화 속에서 주요 경제체들이 AI 정책 방향에 대한 합의를 도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어 8월 9일부터 10일까지 인천에서 열린 식량안보장관회의에서는 ‘공동 번영을 위한 농식품 시스템의 혁신 추진’을 주제로 장관 선언문이 채택되었으며, ‘2030 식량안보 로드맵’의 중간 점검과 AI 활용 협력 방안 등이 논의되었다. 8월 12일 여성경제회의에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여성의 경제 참여 확대’를 주제로 채택된 공동 성명문에 여성 역량 강화, 경제 참여 및 지도력 확대, 여성 폭력 예방 및 근절, 양질의 돌봄 체계 구축 등을 통한 지속 가능한 미래 구현 방안이 담겼다.
특히 APEC 역사상 처음으로 문화산업이 주요 의제로 논의된 8월 27일 경주에서의 문화산업고위급대화는 ‘문화창조산업, 번영을 위한 새로운 지평’을 주제로 문화산업이 APEC의 핵심 성장 동력임을 재확인하고, 디지털·AI 기술을 활용한 창작 및 유통 혁신 촉진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동 성명문을 채택했다. 8월 27일부터 28일까지 개최된 에너지장관회의에서는 한국이 제안한 전력망 및 에너지 안보, 안정적인 전력 공급 확대, AI 기반 에너지 혁신에 대한 글로벌 공감대를 바탕으로 공동 선언문을 타결하며 탄소 중립과 에너지 안보 강화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했다.
이처럼 성공적인 회의 개최와 더불어,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한 인프라 구축도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경주화백컨벤션센터는 종이 없는 회의를 지향하는 APEC 정신에 맞춰 첨단 LED 영상, 빔 프로젝트, 음향 장비 등을 갖춘 회의장으로 전면 리모델링되고 있으며, 국제미디어센터, 만찬장, 경제 전시장의 공사도 로드맵에 따라 진행 중이다. 9월 중 모든 시설 완공 및 한 달간의 예행연습을 통해 철저한 준비를 마칠 계획이다. 정상급 숙소인 PRS(Presidential Suite) 35개는 9월 중 개·보수가 완료될 예정이며, 정상회의 기간 일일 최대 숙박 인원 7700명에 맞춰 경주시의 모든 숙박시설을 전수 조사하여 7700실을 확보했다. 또한, 민간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노후되거나 서비스가 미비한 숙박시설에 대한 개선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수송 및 교통 부문에서도 참가자들의 이동 편의를 극대화하기 위한 세심한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김해공항과 경주역을 수송 거점으로 삼아 참가자 숙소까지 1시간 간격의 셔틀버스를 운행하며, 관내에서는 30분 간격으로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또한, 서울~경주 간 KTX·SRT 증설 및 인천~김해공항 간 항공기 증편을 통해 빠르고 안전한 이동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며, 주요 진입도로 정비 및 다차로 요금소 설치로 도로 환경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의료 지원 체계 역시 빈틈없이 구축되고 있다. 24개 협력병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심장·뇌혈관·중증외상 분야 전담 의료진 7명을 구성했으며, 정상회의 기간 중 경주 보문관광단지 내 3곳에서 현장진료소를 운영하고 511명의 의료봉사 지원자를 배치하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소방청 역시 응급환자 발생에 대비한 ‘119 응급의료 헬기 이송 체계’ 현장 점검 훈련을 실시하는 등 실전 점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민과의 소통 및 참여 촉진 노력 또한 다방면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8월 25일 공개된 공식 주제영상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내일’이라는 주제를 신라 천년의 ‘얼굴무늬 수막새’와 나비의 날갯짓을 통해 표현하며, 경주의 역사와 문화를 K-컬처의 흐름과 연결하여 혁신적인 미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영상은 국내외 주요 전광판 및 소셜 미디어를 통해 송출되며, G-Dragon을 모델로 한 홍보영상도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또한, APEC을 계기로 신라 역사와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온·오프라인 APEC 특별상품관을 운영하고, 한국의 역사, 한글, K-팝, 한복 등을 소개하는 APEC 특집 페이지 제작 및 QR코드 배포를 통해 국제적인 관심을 높일 계획이다. 8월 한 달간 운영된 온라인 국민소통 플랫폼은 국민 제안을 통해 APEC 준비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현장 점검에서 “한미·한일 정상회담의 성과를 계기로 APEC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주요국 정상의 참석을 포함해 대규모 행사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하며, 각 부처에 철저한 준비와 점검을 거듭 주문했다. APEC 정상회의는 단순한 국제회의를 넘어, 대한민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연결, 혁신, 번영’이라는 핵심 가치를 실현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