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국가유산 정책의 컨트롤 타워인 국가유산청이 국민 속으로, 세계로 나아가는 K-헤리티지 비전을 제시했다. 그동안 국가유산의 발굴과 보존, 활용 과정에서 발생했던 접근성 부족, 문화재 보호와 개발 사업 간의 충돌, 지역 활성화와의 연계 미흡,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 위험 증가 등의 문제가 국가유산의 본질적 가치를 국민과 세계에 온전히 알리는 데 제약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국가유산청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문화강국의 원천 K-헤리티지’라는 비전 아래 세 가지 핵심 정책 추진과제를 발표하며 국민 중심의 국가유산 행정 혁신을 예고했다.
첫째, 국민과 함께 K-헤리티지를 향유하는 ‘열린 국가유산’ 실현을 위해 국가유산의 외연을 확장하고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한다. 기존의 고대부터 근현대까지의 유산 보존에 집중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철도역사, 발전소, 조선소와 같은 건축·산업유산, 영화, 대중가요, 드라마 초기 자료 등 ‘우리 시대’의 유산과 민주화·현대사 유산, 생활문화 유산, 디지털·정보화 유산, 재난·기억 유산, 다문화·이주민 유산까지 포괄적으로 발굴하고 관리할 예정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유산들이 지닌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고, 미래 세대가 향유할 수 있도록 보존 기반을 확충하기 위함이다. 또한, 고궁 야간 개방을 확대하고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조선왕릉, 명승 옛길 등을 정비·개방하여 국민들이 일상 속에서 국가유산을 더욱 가깝게 느끼고 특별한 휴식과 치유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 더불어, 국가유산 보호와 대규모 개발 사업 간의 쟁점을 해소하기 위해 현장 중심의 규제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발굴 현장 합동지원단 확대, 사전영향협의 제도 본격화, 발굴 조사 부분 완료 인정 확대 등을 통해 공사 지연을 해소하고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똑똑한 규제’를 도입하여 개발 사업의 원활한 추진과 국가유산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경주 황리단길’과 같은 고도 정비 모델을 전국 9대 역사문화권으로 확산하여 지역 활성화를 견인한다. 사적·근대역사문화 공간을 중심으로 생활 기반 시설 및 관람객 편의 시설을 정비하고, 국가유산 방문자 여권 투어 및 활용 프로그램을 확산하여 지역 국가유산의 진정한 가치를 국민들이 직접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다. 급변하는 기후 위기 상황에 대비하여 목조문화유산의 방재 설비를 고도화하고, 산불, 풍수해, 생물 피해 등 피해 유형별 맞춤형 대응 체계를 마련하며,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재난 관리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국가유산 재난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실시간 대응을 강화할 방침이다.
둘째, 세계가 주목하는 ‘K-헤리티지’로 글로벌 유산 강국으로 도약한다. 국가유산에 특화된 AI 모델을 개발하고, 사용자 맞춤형 AI 해설 서비스 및 3차원(3D) 원천 자원 확충을 통해 시공간과 언어의 제약 없이 K-헤리티지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를 통해 게임, 영화, 드라마 등 연관 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궁궐 외국인 특화 프로그램 확대, 경복궁 플래그십 스토어 조성, VR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융합 실감형 콘텐츠 제작·보급 확대를 통해 K-컬처의 원천인 K-헤리티지의 가치와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릴 계획이다. 또한, 2026년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부산 개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글로벌 소프트파워 제고와 국격 향상을 추진한다. 개최국으로서 의제를 주도하고 대한민국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며, ‘한국의 갯벌 2단계’ 등재 성공에도 기여할 것이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경주 핵심 유적을 정비하고 다양한 활용 행사를 통해 K-헤리티지의 가치를 확산하며, 미국, 일본, 유럽 등 국가별 촘촘한 환수 전략과 해외 소재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국외소재유산을 전략적으로 환수하고 현지 보존·활용을 다각화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해외 주요국에 한국 전통 조경을 조성하여 K-전통 조경 세계화에도 착수한다. 경색된 남북 관계 회복을 위해 문화유산 분야 남북 교류 재개를 모색하며, 개성 고려궁성(만월대) 남북 공동 조사 재개, 금강산 내 유점사 복원 지원 협력 체계 구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셋째, 조직·인사·예산 혁신을 통해 국가유산 행정의 효율성을 향상시킨다. 성과 중심의 조직과 인사 관리를 도입하고, AI와 K-헤리티지 글로벌 브랜드화 등 신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 조직 문화 개선과 능력·성과 우수자 중심의 승진을 통해 생산적인 행정을 구현하고, 직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노동조합과도 긴밀하게 소통할 예정이다. 국가유산청 허민 청장은 “국가유산이 국민의 자랑과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책의 출발점”이라며, “국가유산의 가치가 국내를 넘어 세계로 이어지도록 다양한 정책을 발굴하고 재정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