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은 그야말로 극심한 대내외적 난관 속에서 시작되었다. 민주화 이후 행정부와 입법부를 모두 장악한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도 있었으나, 현실은 기대와는 다른 엄중한 상황이었다. 지난 6월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압도적 승리를 예상했으나, 1~2위 후보 간 득표차가 예상보다 크지 않았으며 과반 득표에도 실패했다. 이는 견고한 반 이재명 정서가 여전히 존재함을 시사하며, 정부 출범부터 풀어야 할 과제로서 분열된 국론을 통합해야 하는 절박한 필요성을 드러냈다.
더욱이 이재명 정부가 직면한 대내외 환경은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윤석열 정부의 실정으로 내수 경제는 이미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고, 0%대 경제성장률이 예고되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등장 이후 통상 환경은 악화되었으며, 껄끄러운 주변국들과의 외교 복원 역시 난제로 떠올랐다. 여기에 더해 내란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대대적인 특검 수사가 진행되면서 정치적 긴장과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러한 총체적 위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중차대한 역할이 주어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진영을 망라한 국민적 지지를 얻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 6월 취임 연설에서 “정의를 위한 통합 정부, 유연한 실용 정부가 되겠다”고 선언한 그의 의지는 국정 추진 동력 확보와 개혁 완수를 위한 절실함의 표현이었다. 중도층을 만족시키고 보수 진영을 포용하며 정권 교체의 효능감을 제공하는 것이 이재명 정부의 핵심 과제였다. 이러한 실용주의 노선은 인사에서도 명확히 드러났다. 윤석열 정부의 송미령 농축수산식품부 장관을 유임시키는 등 보수 진영 인사라도 능력만 있다면 적극 기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시민 추천제 실시, 민간의 유능한 인재 발탁 등은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국민과의 소통 강화 역시 이재명 정부의 중요한 특징이었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빠른 취임 한 달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 방향을 직접 설명했으며, 일부 국무회의 전체 과정을 언론에 공개하여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높였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정책 아이디어 수렴, 대통령실 출입 기자단과의 질의응답 과정 공개 등은 국민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신뢰를 구축하려는 노력으로 평가받았다. 대통령이 직접 현안 해결에 나선 점도 주목받았다. 광주 군공항 이전 갈등 중재, 산업재해 발생 SPC 공장 방문 및 해결책 모색, 건설 면허 취소 등 산업재해 관련 대책 제시 등은 국민들에게 새 정부의 효능감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노력은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 6월 넷째 주 조사에서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율은 64%를 기록하며 대선 득표율보다 약 15%포인트 높은 수치를 보였다. 9월 첫째 주 조사에서도 긍정 평가 63%를 유지하며 정권 초반의 호의적인 여론을 이어갔다. 진보 진영뿐만 아니라 중도층과 일부 보수층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100일간의 시간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초기 인사 논란은 이재명 정부 역시 피해가지 못했다. 민정수석의 재산 증식 의혹 사퇴, 교육부 및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논문 표절 및 갑질 논란 등으로 인사 검증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또한 과거 당 대표 시절 변호를 맡았던 법조인들의 중용은 보은 인사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8·15 특별사면 역시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이었다. 조국 전 대표 및 윤미향 전 의원 사면, 야당 부패 정치인 사면 등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강하게 일었다. 다만 이후 한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가 지지율 반등의 계기가 되었다.
이재명 정부의 100일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며 호평을 받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과제는 이미 지나간 100일이 아니라 앞으로의 5년이다. 국민들이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높은 만큼, 1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경제 지표는 다소 호전되고 있지만, 서민들이 체감할 정도로 경기가 좋아진 것은 아니며 높은 실업률과 구조적 한계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여당의 강경기조와 야당과의 대화 부족 역시 정권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야당에 대한 특검 수사의 장기화, 보수 진영의 반발, 미국과의 통상 및 방위비 분담금 갈등, 주변국과의 외교 난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대한민국이 처한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은 국민의 의견을 경청하고 반대 진영을 설득하는 대화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정부 선의에 대한 호평은 100일까지이며, 이제는 월드컵처럼 ‘증명하는 자리’로서 본인의 유능함을 결과로 입증해야 할 때이다. 대통령 개인의 능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이제는 눈에 띄지 않았던 장관들을 중심으로 시스템을 갖추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