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기술 탈취 피해가 근절되지 않고 지속되면서, 피해 기업들이 법적 절차에서 겪는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기술 탈취 사건에서 가장 큰 고충 중 하나는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과정에서의 정보 불균형이다. 기업 간의 정보 격차는 피해 기업에게 불리한 소송 환경을 조성하며, 이는 신속하고 공정한 판결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더불어, 기술 탈취로 인한 손해액 산정 기준 또한 실제 피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과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실효성 부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한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방안’을 발표하며, 피해 기업이 불리하지 않은 소송 환경, 충분한 보상, 그리고 든든한 기술 보호 울타리 제공을 목표로 하는 4대 중점 과제를 추진한다.
정부는 우선적으로 기술 탈취 피해 사실 입증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형 증거 개시 제도’를 도입한다. 이 제도는 기술 자료, 특허, 영업 비밀 침해 관련 손해배상소송에서 발생하는 고질적인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고 피해 기업의 소송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되었다. 구체적으로,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현장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증거로 인정하는 전문가 사실 조사 제도가 신설된다. 또한, 법정 밖에서 진술 녹취나 불리한 자료 파기를 막기 위한 자료 보전 명령 제도도 도입된다. 나아가, 법원이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행정기관에 행정 조사 자료를 제출하도록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이 신설되어 기술 침해 여부 판단을 돕고 신속한 재판을 유도할 계획이다. 행정 조사로 확보해야 할 자료의 범위도 현행 행정 조사 관련 자료에서 디지털 증거 자료까지 확대되며, 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경우 5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기술 탈취 피해 기업이 아니더라도 익명으로 제보할 수 있도록 신고 채널을 열어두고, 중소벤처기업부는 별도의 신고 없이도 직권 조사를 시행한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기존 직권 조사를 기술 탈취 빈발 업종 중심으로 강화하여 법 위반 행위를 더욱 효과적으로 적발하고 제재할 방침이다.
손해배상액의 현실화를 통해 피해 기업의 실질적인 회복을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되었다. 현행법상 기술 탈취와 관련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인정되는 손해액이 피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침해당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 투입된 비용 또한 소송에서 기본적인 손해로 인정될 수 있도록 손해액 산정 기준이 개선된다. 더불어, 피해 기업의 기술과 유사한 정부 R&D 과제 연구 개발비 정보를 활용하여 피해 기업의 연구 개발비 범위를 산출하고, 이를 손해배상 소송에서 증거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손해액 산정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법원이 전문 기관에 손해액 산정을 촉탁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며, 현재 손해액 산정을 지원하는 기술보증기금 중앙기술평가원은 ‘중소기업 기술 손해 산정센터’로 확대 개편되어 전문성을 강화한다. 또한, 기술 침해 소송 판례, 기술 개발 비용 정보, 기술 거래 정보 등은 기술 보호 정보 제공 온라인 플랫폼인 ‘기술 보호 울타리’로 통합 수집 및 관리된다.
기술 탈취 예방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된다. 부처 합동 기술 보호 설명회가 연 5회로 확대 개최되며, 찾아가는 기술 보호 교육이 신설되어 기술 보호 정책 홍보를 강화한다. 지하철역 전광판, 라디오 광고 등 다양한 홍보 수단을 통해 정책 홍보를 다각화하여 기업들이 정책을 몰라서 활용하지 못하는 사례를 방지하고 기술 보호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높인다. 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특허청 등 각 부처는 맞춤형 기술 보호 컨설팅과 교육을 확대 지원하며, AI를 활용한 자동화된 영업 비밀 분류 및 유출 방지 시스템 구축 지원, 국가 핵심 기술 보유 중소기업 대상 보안 설비 구축 지원 등도 이루어진다. 중소기업 R&D 수행 기업 중 정부 출연 10억 원 이상 연구 과제에 대해서는 조기 경보 모니터링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또한, 현재 1만 7000여 건인 기술 임치 건수를 2030년까지 3만 건으로 확대하고, 영업 비밀에 대해 운영 중인 특허청 원본 증명 서비스를 아이디어까지 확대하여 기술 탈취 분쟁 시 증거 활용을 지원한다.
기술 탈취 근절 추진 체계의 효율화를 위해 범부처 대응단과 기술 분쟁 신문고가 신설된다. 기술 탈취 근절 범부처 대응단은 관련 부처들이 모여 정책 추진 방향을 논의하는 역할을 하며, 중소기업 기술 분쟁 신문고는 피해 기업들이 민원을 신청하면 소관 부처로 민원을 연계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특허청과 경찰청의 기술 경찰 조직 및 인력을 확충하고, 첨단 산업 및 제조업 분야 중심으로 기획·인지 수사와 집중 단속을 실시한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특허청에 접수된 행정 조사 사건에 대해 추가 범법 행위가 의심될 경우 수사 기관으로 사건을 이관하는 패스트트랙을 운영한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경찰청은 공동으로 기술 탈취 피해 기업 현장을 방문하는 현장 밀착형 초동 지원도 강화한다. 법원과 검찰에서 전달받은 사건은 특허청 산업재산권분쟁조정위원회가 조정하는 연계가 대구·부산 지방 법원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현재 3인 이상으로 구성되는 중소기업 기술 분쟁 조정 제도에는 1인 조정부가 신설되어 당사자 간 합의가 명백하거나 5000만 원 이하의 소액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직권 조정 제도를 통해 신청인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판단되는 소액 사건에서 조정부의 직권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종합적인 대책들을 통해 정부는 공정과 신뢰에 기반한 경제 환경을 실현하고 중소기업의 기술 탈취를 근절하겠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