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가을,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궁궐에서 특별한 축제가 열린다. 11회를 맞이하는 「2025 가을 궁중문화축전」은 단순히 과거를 답습하는 행사를 넘어, 시대를 초월하여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국가유산 축제로 거듭나고 있다. 올해 축전은 지난해의 성과를 발판 삼아, 문화유산 전승자 및 전통문화 활용 브랜드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청소년부터 60대 이상 시니어까지 대상별 맞춤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등 축제의 외연을 더욱 넓혔다. 이는 사라져가는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이를 통해 세대 간의 소통을 증진하며, 나아가 K-컬처의 글로벌 확산에 기여하려는 국가유산청의 깊은 고민을 담고 있다.
특히 올해 축전은 ‘문제’ 해결이라는 관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 저하와 세대 간 단절이라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2025 가을 궁중문화축전」은 이러한 간극을 메우기 위한 다각적인 ‘솔루션’을 제시한다. 경복궁에서는 지난해 큰 호응을 얻었던 ‘한복 연향’ 프로그램을 통해 참가자들이 아름다운 한복을 입고 고궁의 정취를 만끽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더불어 국가무형유산 보유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한복 만담’과 상의원 ‘어침장’의 이야기는 한복의 제작 과정과 그 속에 담긴 깊은 역사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는 전통 의복인 한복을 단순한 의상을 넘어, 살아있는 문화유산으로 인식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또한, 지역 소상공인과의 협력을 통한 중고 한복 팝업 스토어 ‘한복! 데려가세요!’와 ‘한복 오락실’은 한복의 대중화와 즐거움을 더하는 새로운 시도다.
창경궁에서는 60세 이상 시니어 세대를 위한 ‘동궐 장원서’ 프로그램을 새롭게 선보이며, 전통 화훼 문화를 체험하며 반려 식물을 만드는 시간을 제공한다. 이는 고령층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전통 문화 속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도록 돕는다. 또한, ‘창경궁 시간여행’과 ‘조선의 밤, 하늘과 바람’ 야간 해설 프로그램은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조선시대 천문 관측 유산을 중심으로 해설을 진행하며,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역사와 과학을 흥미롭게 풀어내 청소년들의 관심사를 자극한다. 덕수궁 준명당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준명당 어린이 학교’를 통해 궁중 예절, 자연 학습, 전통 공예 체험을 제공하며, 고종의 딸 덕혜옹주가 교육받았던 공간에서 궁중문화를 자연스럽게 배우도록 이끈다. 덕수궁 정관헌에서는 ‘제국을 거스른 노래들-덕수궁과 한국근대가요’와 ‘한국의 전통 가면극’을 주제로 한 인문학 콘서트가 열려, 광복 8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고 전통 예술의 깊이를 탐구하는 시간을 선사한다.
창덕궁에서는 ‘아침 궁을 깨우다’ 프로그램을 통해 후원 산책과 함께 궁궐의 일상과 문화를 나누고, ‘낙선재, 100년의 시간과 풍경’ 프로그램에서는 대한제국 황실 여성들의 삶을 조명하는 전시와 공예 체험을 제공한다. 종묘에서는 최태성 강사가 진행하는 ‘종묘 인문학 콘서트’를 통해 종묘 정전 복원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고궁음악회’와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 ‘종묘 건축 탐험대’를 통해 종묘의 역사적, 건축적 가치를 알린다. 이와 더불어 ‘궁중놀이방’, ‘창경궁 물빛연화’, ‘궁중문화축전 도장 찍기 여행’, ‘궁중문화축전 길놀이’ 등 다채로운 부대 행사와 온라인 참여형 프로그램 ‘모두의 풍속도 2025’는 축제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이번 「2025 가을 궁중문화축전」은 궁궐이라는 시공간적 제약을 넘어, 온라인과 전국 각지의 포토이즘 매장까지 참여 범위를 확장하며 ‘모두가 함께하는 축제’를 실현하고 있다.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은 이번 축전을 통해 전통문화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세대 간의 소통과 화합을 증진하며, 나아가 전 세계가 주목하는 K-컬처의 흐름 속에서 한국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