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찾아온 올여름, 일상에 지친 시민들이 집 근처 동네 책방에서 인문학을 통해 마음의 여유를 찾고 있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인근에 위치한 독립 서점 ‘가가77페이지’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도서관협회가 공동 주관하는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의 일환으로 ‘<영화로 보는 인문학>’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다. 이는 매년 전국 곳곳의 도서관에서 진행되던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이 서점이라는 새로운 공간으로 확장되어 시민들에게 인문학적 사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본 프로그램이 기획된 배경에는 인문학이 어렵다는 선입견을 극복하고, 시민들에게 친숙한 매체인 영화를 통해 인문학적 사고의 지평을 넓혀주고자 하는 고민이 담겨 있다. 가가77페이지의 이상명 대표는 “인문학의 궁극적인 목적은 단순 지식 전달을 넘어 생각할 수 있는 생각의 밭과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의 밭을 넓히는 것”이라며, “어렵게 느껴지는 인문학적 주제들을 친숙한 영화와 관련 서적을 통해 깊이 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노력은 12세 이상(특정 영화는 15세 이상)부터 참여할 수 있도록 선정 영화의 연령 제한을 낮춘 점에서도 드러난다.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은 총 10회차로 구성되며, 매주 1회씩 진행된다. 지난 7월 21일(월)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이지혜 영화평론가와 이인 작가가 공동으로 진행하며, 참여자들은 영화를 감상한 후 해당 영화에 담긴 인문학적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강연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갖고 있다. 첫 회차에서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통해 자아 탐구와 교육의 본질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여자들은 영화의 명대사인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겨라)’처럼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나를 깨운 문장’, ‘내 목소리를 찾아본 순간’ 등을 활동지에 적으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했다.
이상명 대표는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이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AI가 발전할수록 인문학을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은 오히려 커진다”며, “인문학은 AI 활용에 필요한 사고 체계를 구조화하는 근원이자, 나아가 AI에 도덕적 사고를 접목시켜 효율성과 합리성을 뛰어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어려운 출판 및 서점 시장 상황 속에서도 동네 책방의 가능성을 강조하며, “책방이야말로 복합문화공간으로서 활용할 여지가 많다”며 가가77페이지가 문화의 많은 것을 담고 즐기고 행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프로그램 참여자인 박근주 씨는 “동네 책방에서 인문학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며,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통해 영화와 책 속에 담긴 인문학적 사유를 자신의 삶에 연결하고 싶었다. 일상에서 벗어나 함께 참여하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삶의 리듬감을 느끼고 싶다”고 프로그램 참여 소감을 밝혔다. 박근주 씨는 이어 “이러한 프로그램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져 인문학적 배움의 효과를 높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제언했다.
‘우리 동네에서 인문학을 만나다’라는 표어를 내건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은 인문학과 지역문화, 책과 길, 저자와 독자, 공공도서관과 지역 주민을 잇는 새로운 독서 문화의 장을 열어가고 있다. 가가77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이러한 만남의 자리들은 조용했던 동네 책방을 활성화시키고, 시민들에게는 삶과 공동체를 위한 지혜와 통찰을 얻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전국 곳곳에서 이어질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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