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 수확이 끝난 경사 밭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토양 유실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특히 고랭지 지역은 7% 이상의 경사도를 가진 밭이 많아 평지보다 빗물에 의한 토양 유실 위험이 훨씬 높다. 여름배추나 감자와 같은 주요 작물 수확이 마무리되는 9월 이후에는 밭이 맨땅으로 드러나게 되는데, 이 시기에 태풍이나 집중호우가 겹치면 토양이 씻겨 내려가는 피해가 커진다.
이러한 토양 유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농촌진흥청은 작물 거둠이 끝난 경사 밭에 덮는 작물(피복작물)을 심어 토양을 보호할 것을 강력히 당부했다. 농촌진흥청이 2020년부터 2021년까지 강원도 평창 대관령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확 후 덮는 작물을 재배한 밭은 맨땅에 비해 토양 유실이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 254.1mm의 강우량에도 불구하고 덮는 작물을 재배한 밭(2~15% 경사도)에서는 맨땅 대비 토양 유실이 최대 99%까지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토양 유실량을 구체적으로 비교했을 때, 피복이 되지 않은 밭에서는 헥타르(ha)당 0.35~3.2톤의 토양이 유실된 반면, 덮는 작물을 심은 밭에서는 0.01~0.28톤으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덮는 작물이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싹이 튼 후 최소 2주 동안은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잎이 충분히 자랄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해인 2024년 9월 5일부터 10월 30일까지 강원도 평창 대관령 지역에 375mm의 많은 비가 내렸던 사례에서, 막 파종하여 잎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 초기 단계의 덮는 작물은 헥타르(ha)당 6.6톤이라는 상당한 토양 유실을 막지 못했다. 따라서 덮는 작물을 심는 시기를 결정할 때는 기상예보를 반드시 확인하여 집중호우를 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고랭지 지역의 특성상 겨울철 낮은 기온에도 잘 견디는 호밀이 덮는 작물로 적합하다. 호밀의 적정 파종량은 헥타르(ha)당 200kg이며, 안정적인 피복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10월 중순까지 파종을 완료하는 것이 권장된다. 농촌진흥청 고령지농업연구소 조지홍 소장은 “수확이 끝난 고랭지 경사 밭은 집중호우 시 토양이 씻겨 내려갈 위험이 매우 높다”며, “추위에 강한 호밀을 심어 토양 유실을 예방하는 한편, 기상예보를 주시하며 파종 시기를 신중하게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