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위협이 우리의 자연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징후들이 국립공원에서 포착되고 있다. 국립공원공단이 장기간에 걸쳐 국립공원 내 산림과 무인도서에서 생물계절 변화를 면밀히 관찰한 결과, 개구리와 새들의 산란 시기가 눈에 띄게 앞당겨지는 등 생태계의 근본적인 리듬이 흔들리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날씨가 따뜻해지는 것을 넘어, 자연의 섬세한 ‘생물시계’에 교란을 일으키고 있으며, 이는 먹이사슬 등 예측하지 못한 연쇄적인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제기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대비하기 위해 국립공원공단은 구체적인 관찰 결과를 바탕으로 기후변화의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지리산국립공원에서는 기후변화지표종으로 알려진 큰산개구리의 첫 산란 시기가 지난 15년간 약 18일가량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봄의 도래와 함께 개구리가 번식을 시작하는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또한, 한려해상국립공원 홍도의 괭이갈매기 역시 평균 6.5일 일찍 산란을 시작하는 것으로 관측되었다. 식물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설악산국립공원에서는 신갈나무의 잎이 나무에 붙어 있는 착엽 기간이 최근 10년(2015~2024년) 동안 평균 152일로, 2015년에 비해 2024년에는 약 48일 더 길어진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식물의 성장 주기 역시 기후 변화에 따라 달라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동물과 식물 모두에서의 생물계절 변화는 자연 생태계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음을 경고하는 중대한 지표다. 예를 들어, 조류의 산란 시기가 앞당겨졌으나 곤충 활동 시기가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어린 새들이 먹이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생존율이 저하되는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중요한 생태계 변화를 파악하기 위한 관찰은 비단 전문 연구자들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이번 관찰의 큰 의미 중 하나는 시민과학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다. 전국 각지에서 시민들이 직접 관찰 자료를 수집하고 기록함으로써, 국민들이 기후위기를 더욱 생생하게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국립공원공단 이사장 주대영은 “지속적인 생태 관측과 정보 분석을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생물계절 변화를 정밀하게 파악하고, 국민 참여형 관측과 환경교육을 확대하는 한편, 생태계 영향 관측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에 필요한 관리 대책을 마련하여 국립공원 생태계를 보전하겠다”고 밝히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국립공원 생태계를 물려주기 위한 의지를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