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가뭄으로 강릉 지역의 생활용수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장에 투입된 소방차량들의 잇따른 고장이 급수 지원에 또 다른 난관을 예고하고 있다.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8월 말 14.9%에서 9월 6일 12.7%까지 떨어졌으며, 최악의 경우 10% 이하로 내려갈 경우 생활용수 공급은 더욱 심각한 위기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소방청은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하고, 서울, 경기, 인천, 충남, 경북 등 전국 각지에서 총 70대의 물탱크차와 소방펌프차를 동원했다. 여기에 강원도 자체 소방차 31대를 포함한 총 101대의 소방차량과 202명의 소방대원이 연일 강릉 현장에서 급수 지원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하루 12시간 이상 쉬지 않고 계속되는 차량 가동으로 인해 일부 소방차량에서는 엔진 경고등 점등, 펌프 누수, 브레이크 이상 등 크고 작은 고장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차량 고장은 곧바로 급수 지원의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소방청은 급수 지원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방차 긴급정비지원단’을 현장에 본격적으로 투입했다. 강릉 강북공설운동장에 거점 정비라인을 설치하고, 국민 생활 안정화를 위한 발 빠른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번 긴급정비지원단의 가장 큰 특징은 민관이 합동으로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소방청을 비롯해 한국소방산업기술원, 현대자동차, 타타대우 등 10개의 주요 제조업체가 협력하여 차량 점검, 정비, 부품 공급을 실시간으로 수행하며 현장에서 ‘원스톱 정비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이러한 민관 합동 긴급 정비 시스템은 과거에도 그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지난 3월 경북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 대응 시에도 긴급정비지원단이 운영되어, 전국에서 동원된 소방차량 530대 중 270대에 대한 정비와 점검을 지원하며 재난 현장의 대응력을 크게 높인 바 있다. 이번 강릉 가뭄 대응 현장에서도 투입된 지 사흘 만에 총 52대의 차량을 점검하고 62건의 정비를 완료하는 등 재난 현장 활동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주요 정비 및 점검 사항으로는 펌프 누수, DPF(디젤미립자필터) 경고등, 진공펌프 이상, PTO 작동 불량, 브레이크 이상 등이 있으며, 현장에서 즉시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와 타타대우 등 제조사 지원팀은 각 지역 정비센터와 핫라인을 구축하여 긴급 수리 체계를 강화했으며, 요소수 50개와 워셔액 84개 등 소모품을 긴급 지원함으로써 차량 운행률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소방청 주관의 ‘긴급정비지원단’은 민간 기술력과 결합하여 소방차량 운행률을 100%에 가깝게 유지하고 있다. 이는 단수로 인한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재난 대응 현장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소방청 장비기술국장 윤상기 소방청장은 “이번 강릉 가뭄 피해는 국민 생활과 직결된 중대한 상황”이라며, “소방청은 급수 공백 최소화를 위해 현장 밀착형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민관 합동 협력체계를 통해 소방력 공백 없이 급수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이번 사례를 계기로 ‘소방장비관리법 개정’을 통해 긴급정비지원단 운영을 제도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통해 앞으로는 대형 산불, 집중호우, 단수 등 재난 상황 발생 시 즉시 긴급정비지원단을 투입하여 현장 소방력의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