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어족자원 고갈 문제가 국제적인 규범 아래 관리되기 시작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수산보조금 협정이 9월 15일(제네바 시간) 발효됨으로써, 그동안 불법·비보고·비규제(IUU) 어업과 남획을 부추겼던 해로운 보조금에 대한 국제적인 제동이 걸리게 되었다. 이는 WTO 설립 이래 무역원활화 협정 이후 8년 만에 성사된 두 번째 다자 규범으로,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 수산자원의 지속 가능성과 다자무역체제의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협정은 2001년 협상이 시작된 지 21년 만인 2022년 6월 제12차 WTO 각료회의에서 타결되었으며, WTO 166개 회원국 중 111개국 이상이 수락함에 따라 공식 발효되었다. 특히 이 협정은 불법·비보고·비규제 어업, 남획된 어족에 대한 어업, 그리고 비규제 공해에서의 어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우리나라는 2023년 9월 12일 대통령 재가를 통해 국내 절차를 완료했으며, 같은 해 10월 23일 WTO 고위급회의 참석을 계기로 수락서를 WTO에 기탁한 바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경우, 수산업법 등 관련 국내 법령에 이미 협정상 금지 의무에 대한 내용이 마련되어 있어, 이번 협정 발효가 국내 수산업 제도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수산보조금 협정의 발효는 전 세계 어족자원 고갈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어 온 해로운 보조금이 다자 규범이라는 틀 안에서 억제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수산자원 관리가 한층 강화될 것이며, 남획을 줄이고 고갈된 자원을 회복하기 위한 국제적인 협력 역시 더욱 긴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산보조금 협정은 단순히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다룬 최초의 WTO 협정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으며, 최근의 불확실한 통상 환경 속에서 WTO의 역할과 다자무역체제의 복원력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과잉 어획 및 과잉 역량에 기여하는 보조금에 대한 추가적인 규율과 개발도상국에 대한 우대 조치 등 아직 해결되지 않은 잔여 쟁점들에 대해서는 후속 협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러한 후속 협상 과정에서 우리나라 수산업에 미칠 수 있는 영향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균형 잡힌 합의 도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