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발전 또는 거주국 내 한인 위상 제고에 기여한 동포를 발굴해 알리는 재외동포청의 ‘이달의 재외동포’ 선정 사업이 2025년 9월, 하와이 한인 사회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서세모 박사를 조명한다. 이는 37년간 하와이 한인들에게 헌신적인 의료 봉사를 펼쳤으며, 의학 연구와 후학 양성을 통해 한국 의학 발전에도 지대한 공헌을 한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함이다.
서세모 박사가 하와이 한인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영원한 주치의’로 불리게 된 배경에는, 단순한 의료 행위를 넘어선 숭고한 봉사 정신과 끊임없는 학술적 탐구가 자리하고 있다. 1972년 하와이로 이주한 이후, 서 박사는 하와이대학교 의과대학 소아과 교수로 재직하는 한편, 1986년 ‘서세모 클리닉’을 설립하며 본격적인 의료 봉사의 길을 걸었다. 특히 그는 영어가 서툰 이민 1세대 한인들을 위해 영어 소통의 어려움 없이 진료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매주 수요일 오후와 토요일 오전에는 한인만을 위한 전문 진료 시간을 할애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무의탁 한인들은 무료로 돌봤으며, 건강 세미나와 교실을 열어 한인들의 건강 증진과 삶의 질 향상에 힘썼다. 더 나아가 한국의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신체 장애아 100여 명을 자비로 하와이에 초청하여 무료 치료를 받게 하는 등, 그의 인술은 국경과 인종을 초월했다.
서 박사의 공헌은 임상 진료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1966년부터 캐나다 토론토대학 어린이병원연구소에서 ‘칼슘과 마그네슘 대사와 관계되는 각종 호르몬과의 상관관계’를 심도 있게 연구하며 1972년 생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등, 이론과 실체를 겸비한 의학자였다. 그는 하와이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슈라이너 어린이병원에 골미네랄 연구 실험실을 설치, ‘칼슘과 마그네슘 대사와 연관된 호르몬 및 각종 골대사 질환’에 대한 원인 규명과 치료법 연구에 매진했다. 그의 연구는 한국의 정형외과 분야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장준섭 연세의대 명예교수 등 한국의 명의들이 그를 사사(師事)했다. 또한, 평생 수집한 1천 500여 권의 의학 서적을 포천중문 의과대학교에 기증하고, 모교인 연세 세브란스병원에 상당액을 기부하는 등 후학 양성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의 숭고한 희생 정신은 별세 후 시신을 하와이대학교 의과대학에 의학 실험용으로 기증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동서양 의학 교류에도 그의 발자취는 선명하다. 1972년부터 1974년까지 일본 오키나와에 파견되어 미국식 임상 의학을 일본 의학도에게 전수했으며, 일본 소아과학회 총회에서 한국인 의사로서 최초로 강연하는 등 학술 교류의 물꼬를 텄다. 1970년대 일본에서 발병한 가와사키 질병 연구를 위해 일본 의사를 하와이에 초청하여 공동 연구를 진행하며 하와이를 미국 내 가와사키 질병 연구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게 하는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러한 그의 공적을 인정받아 대한민국 정부는 2020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추서한 바 있다.
김경협 재외동포청장은 “서세모 박사는 의학 연구와 하와이 한인들을 위한 의료 봉사에 일생을 바친 하와이 한인들의 영원한 주치의”라며, “그의 재외동포에 대한 헌신과 희생정신이 후세에 영원히 기억될 수 있도록 9월의 재외동포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하와이 한인 사회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헌신한 한 의사의 삶이 재외동포 사회 전체에 귀감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