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담은 기록과 한반도 고유의 조리 지식이 세계적인 유산으로 인정받을 기회를 얻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8월 25일 세계기록유산 한국위원회 심의를 거쳐, 「단원고 4.16 아카이브」와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을 2026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 등재 신청 대상으로 최종 확정했다. 이에 따라 국가유산청은 9월 12일, 이 두 기록물에 대한 등재신청서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태지역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번 등재 신청은 우리 사회가 겪었던 비극적인 사건과 오랜 세월 이어져 온 고유한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그 가치를 널리 알리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단원고 4.16 아카이브」는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로 희생된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의 생전 모습과 국민들의 추모 활동, 그리고 유가족과 생존자들이 겪어야 했던 회복의 과정을 담고 있다. 세계기록유산 한국위원회는 이 기록물이 민간의 시각에서 사회적 재난의 참상을 생생하게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기록의 과정 자체가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기록이 단순한 과거의 증거를 넘어 현재를 치유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동력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은 한반도 전통 조리 지식의 정수를 보여주는 귀중한 기록물이다. 특히 「수운잡방」은 민간에서 최초로 쓰인 조리서로서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21년 보물로 지정된 바 있다. 또한 「음식디미방」은 양반가 여성이 남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되고 완전한 형태의 한글 조리서로, 여성이 지식의 전승에 어떻게 기여해왔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중요한 기록물이다. 이들 기록물은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으로서, 세계 기록유산 등재를 통해 그 가치가 더욱 빛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두 기록물에 대한 최종 등재 여부는 2026년 6월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위원회 총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국가유산청은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우수한 기록유산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확대하여, 한국의 풍부한 기록 문화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 데 힘쓸 계획이다. 이번 등재 신청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한국의 기록유산이 세계무대에서 다시 한번 그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