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6·25 전쟁을 계기로 맺어진 한국과 필리핀의 75년 간의 돈독한 우정은 유엔사 창설 75주년을 맞은 올해 더욱 깊은 연대로 발전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양국은 최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위상을 바탕으로 국방 분야에서의 협력을 한층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이는 역내 불안정한 안보 정세 속에서 양국이 직면한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상호 안보 증진을 위한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이두희 국방부차관과 이리네오 에스피노 필리핀 국방부 선임차관은 지난 9월 15일, 국방부에서 제4차 한-필리핀 국방협력공동위원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협력 강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번 공동위원회는 지난주 개최된 서울안보대화에서 이루어진 양국 국방장관회담의 후속 논의로서, 구체적인 협력 사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 나갔다.
양 차관은 특히 역내 안보 정세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 교환을 진행했으며, 연합훈련, 인적 교류, 방산 및 군수 협력 등 다각적인 분야에서의 협력 발전 방안을 집중적으로 모색했다. 필리핀이 주관하는 카만닥 훈련에 한국 군의 참가, 양국 육·해·공군 및 해병대 간의 활발한 교류협력, 그리고 서울안보대화와 같은 다자안보회의 계기의 고위급 교류 등이 각급에서 이미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음을 평가하며, 앞으로도 이러한 교류가 더욱 증진될 수 있도록 상호 노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두희 차관은 필리핀 군 현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올해 6월 FA-50 12대에 대한 2차 계약이 성사된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며, 앞으로도 필리핀 군 현대화 사업에 한국의 우수한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필리핀 정부의 관심과 지지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에스피노 차관 역시 기존에 도입된 한국 무기체계가 필리핀 군의 현대화에 크게 기여했음을 인정하며, 양국 간 호혜적인 방산협력 관계를 지속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더 나아가 양 차관은 2026년 필리핀이 아세안 의장국을 수임하는 중요한 해를 맞아, 한-필리핀 간 긴밀한 국방 협력을 기반으로 한국-아세안 국방 협력을 강화하는 데에도 공동으로 노력해나가기로 했다. 특히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 전문가 분과회의(EWG) 공동 의장국 수임 가능성 및 이에 대한 양국의 의지를 논의하며, 실무적인 협의를 이어 나가기로 합의함으로써 이번 회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는 양국이 지역 안보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아세안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성과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