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보건 불평등의 심각성과 디지털 전환의 절박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원국들은 디지털 헬스를 통한 글로벌 보건 격차 해소와 지속 가능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은 이러한 움직임의 일환으로 “2025 APEC 디지털 헬스 포럼”을 개최하고, 학계, 산업계, 개발협력 주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미래 보건 시스템의 청사진을 그렸다.
이번 포럼은 제15차 APEC 보건과경제고위급회의(9월 15일부터 16일까지)의 공식 부대행사로 개최되었으며, 특히 “혁신(Innovate), 연결(Connect), 번영(Prosper): 건강하고 스마트한 고령화 대응사회 실현”이라는 회의의 큰 주제 아래, 디지털 헬스는 핵심적인 의제 중 하나로 다루어졌다. 포럼 자체는 “디지털 헬스의 미래: 학계·기업·국제개발의 융합”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으며, 21개 APEC 회원경제 대표단과 관련 전문가, 기업 관계자, 일반 시민 등 150여 명이 참여하여 디지털 헬스 분야의 국제적 협력과 발전 방안을 심도 깊게 논의했다.
포럼의 첫 발걸음은 홍콩대학교 비비안 린 교수의 기조연설로 시작되었다. 린 교수는 “디지털 헬스 글로벌 트렌드와 미래전략”을 주제로, 웨어러블 기기나 모바일 헬스(m-Health)와 같은 디지털 헬스 기술이 중·저소득 국가의 보건 시스템을 강화하고 의료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음을 역설했다. 또한, 이러한 기술 발전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협력과 더불어 관련 규제 정비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하며, 글로벌 보건 형평성 제고를 위한 디지털 헬스의 역할을 조명했다.
이후 포럼은 두 개의 세션으로 나뉘어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갔다. 제1세션에서는 학계와 산업계의 전문가들이 각자의 시각에서 디지털 헬스 시대의 의료 시스템 변화와 혁신 전략을 제시했다. 서울아산병원 서준범 교수는 인공지능(AI)과 원격의료 등 디지털 전환이 의료 현장에 가져올 혁신적인 변화 잠재력을 소개하면서도, 데이터 보안, 개인정보 보호, 그리고 현실적인 규제와 같은 이행 과정에서의 과제와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삼성전자 최종민 상무는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일상적인 건강 관리와 조기 질환 예방이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의 비용을 절감하고 접근성을 높이는 등 사회경제적으로 상당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제시했다.
제2세션에서는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도상국에서의 디지털 헬스 프로젝트 추진 사례와 시사점을 공유했다. 강북삼성병원 강재헌 교수는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과 함께 베트남에서 진행 중인 원격의료 지원 사업 등 국제협력 사례를 소개하며, 개발도상국에서 디지털 헬스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는 인프라 기반 마련, 현지 인식 전환과 역량 강화, 그리고 민관 파트너십을 통한 지속가능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했다. 메디컬아이피 박상준 대표는 AI 학습자료를 활용한 해부학 실습과 같은 의학교육 현장에서의 디지털 헬스 적용 사례를 소개하며, 보건·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국가에서 디지털 헬스가 보건 형평성을 제고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번 포럼이 보건의료 분야의 디지털 기술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공유하고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귀중한 기회가 되었음을 평가하며, 앞으로도 한국이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의료 서비스 혁신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에 적극 기여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하일수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이사장 역시 이번 포럼에서 논의된 디지털 헬스 전략과 협력 모델이 APEC 회원경제들이 함께 실천할 수 있는 포용적 협력의 청사진이 되기를 바란다는 기대를 나타냈다. 이러한 논의들을 바탕으로, 디지털 헬스는 전 세계적인 보건 격차를 해소하고 모두를 위한 더 나은 보건의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