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에서 한국 한의약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가 중동 국가 중 최초로 한국 ‘한의사(Korean Medicine Practitioner)’ 면허 기준을 신설하고, 아부다비 보건부 업무 범위에 한의약의 정의와 한의사 활동 범위를 명시하는 등 제도적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한의약진흥원은 이러한 UAE의 움직임에 발맞춰 양국 정부 관계자 간의 심도 깊은 의견 교환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이러한 발표의 배경에는 UAE가 국민 건강 관리와 의료 관광을 국가 핵심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는 점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UAE 보건 당국은 자국 내 보건의료 시스템에 전통 의학 도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UAE의 전통·보완통합의학(TCIM) 시장은 2024년 기준 약 27.8억 달러(한화 약 3조 8,650억 원) 규모로 추산되며, 2030년까지 연평균 25.39%라는 높은 성장률이 전망되고 있다. UAE 보건부는 이미 침술, 약초 요법, 기공, 아유르베다 등 다양한 동양 의학을 TCIM 체계에 편입시켰다. 이 가운데 한국 한의약은 중국 중의학(TCM), 인도 아유르베다(Ayurveda)에 이어 독립적인 카테고리로 고시된 세 번째 아시아계 전통 의학 분야로 이름을 올렸다. 이는 UAE가 국민들에게 다양한 치료 방식에 대한 선택권을 확대하려는 정책적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한국 한의약의 도입이 의료 서비스 다양화와 의료 인력 국제 교류 확대를 위한 중요한 제도적 기반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서울에서 개최된 ‘2025 전통의약 국제 심포지엄’에서는 이러한 협력의 구체적인 양상이 논의되었다. UAE 보건 당국 관계자 두 명이 ‘아랍에미리트 내 한의약의 위상 변화와 향후 협력 방향’과 ‘아부다비의 전통·보완·대체의학(TCAM) 체계 – TCAM 제품 규제 프레임워크’를 주제로 발표자로 참여하여 활발한 의견을 교환했다. 심포지엄 기간 중 UAE 아부다비 보건부 관계자와의 별도 간담회에서는 ▲UAE 내 한의사 면허의 실질적 인정 범위 및 진료 가능 영역 ▲한의 의료기관 진출 및 설립 추진 방향 ▲한의약 제품 진출 및 등록 등 한의약 분야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협력 과제들이 심도 깊게 논의되었다. 양측은 이 자리에서 중동 지역의 전통 의학 발전을 공동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합의하며, 실질적인 협력의 청사진을 그렸다.
정영훈 한의약정책관은 “UAE의 한국 한의사 자격 인정 사례는 한국 한의약의 국제적 신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이번 제도화는 국내 한의약 산업과 종사자들이 중동 지역으로 진출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도 UAE를 비롯한 중동 지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전통 의학의 글로벌 확산을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움직임은 한국 한의약이 중동이라는 거대한 시장에서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