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의 안전한 활용을 가로막는 규제와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유연한 활용 요구 사이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딜레마 속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인정보위)는 ‘개인정보 이노베이션 존'(이하 이노베이션 존) 운영기관 지정을 위한 공모를 9월 17일(수)부터 10월 17일(금)까지 진행하며, 이는 가명정보 처리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이노베이션 존은 가명정보의 활용 범위를 넓히는 동시에 데이터 처리 과정의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2024년 도입되었다. 기존의 일반적인 연구 공간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웠던 가명처리 수준 완화, 다양한 결합키 활용, 반복적인 가명정보의 장기 보관 및 제3자 재사용 등이 가능해진다. 이는 ‘아무도 신뢰하지 않는다’는 ‘제로 트러스트’ 원칙을 기반으로, 데이터 처리 과정 전반에 걸쳐 4인 이상의 전문 조직 운영, 멀티 팩터 인증, 실시간 화면 녹화 등 철저한 안전 조치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안전한 환경은 빅데이터(영상·이미지 등) 표본 검사나 개인정보보호 강화기술(PET) 실증 연구 등 더욱 심도 깊은 분석과 연구를 가능하게 한다.
현재까지 통계청, 국립암센터, 한국사회보장정보원, 더존비즈온, 한국도로공사 등 총 5곳의 운영기관이 지정되었으며, 이들 기관에서는 가명정보를 활용한 인공지능 학습 및 개발, 각종 연구 과제들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국립암센터는 위암·유방암·대장암 환자의 생존율 조사 및 위험도 예측 AI 모델 개발, 한국인 유방암 환자의 사망 관련 예후 예측 AI 모델 개발 등을 수행했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은 노인 대상 사회복지정책 효과성 재평가 및 예측 모형 AI 모델을 개발했으며, 한국도로공사는 법규 위반 차량 판별 및 신고 시스템 AI 모델 개발에 이노베이션 존을 활용했다.
이번 공모는 국비지원 부문과 자체구축 부문으로 나누어 진행되며, 국비지원 부문에 선정된 공공기관에는 3.7억원 규모의 국비가 지원될 예정이다. 신청을 희망하는 기관은 10월 17일(금)까지 개인정보위에 지정 신청서 등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기존 결합전문기관, 데이터 안심구역, 가명정보 활용지원센터의 경우 가산점이 부여된다. 개인정보위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지정심사위원회를 통해 서류심사, 발표심사, 현장실사를 거쳐 10월 중 운영 대상 기관을 선정할 계획이며, 이후 운영 준비 완료 기관에 대한 최종 지정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노베이션 존은 최근 발표된 ‘새정부 경제성장 전략’의 AI 선도 프로젝트에 선정되었으며, 개인정보위는 2026년까지 이노베이션 존 간 연계·활용을 위한 클라우드 도입 및 허브 구축에 29억원의 예산을 확보하여, 지역적 한계를 넘어선 혁신적인 개인정보 활용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는 가명정보 활용의 안전성과 유연성 확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며 데이터 기반 혁신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