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 전체 산림의 0.2%에 불과한 좁은 면적을 차지하는 고산 침엽수림이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위협에 직면하며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다. 구상나무, 분비나무, 가문비나무 등 7개 수종으로 이루어진 멸종 위기 고산 침엽수는 현재 약 12,094ha의 면적에 분포하고 있지만, 고온, 가뭄, 강풍 등의 이상 기후 현상으로 인한 집단 고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어린 나무들의 세대교체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장기적인 존속 가능성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50년에는 남한 지역 내 눈잣나무와 가문비나무의 자생지가 완전히 소멸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처럼 심각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보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김용관 원장은 최근 제주에서 열린 ‘2025 기후위기와 침엽수림 관리 국제학술회의(CCCF 2025)’에 참석하여 이러한 연구 성과를 공유했다. 특히, 2018년부터 운영해 온 ‘기후변화 취약 고산지역 연구협의체’의 협력 사례와 2015년부터 주요 5개 산지 140개 조사구에서 진행된 기후 영향 모니터링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다.
과학적 진단을 바탕으로 한 맞춤형 보전 노력은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2022년부터 DNA 기반 유전 다양성 복원 연구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그 결과 무주군 현지 외 보존원에 심어진 구상나무는 초기 활착에 성공하여 96.1%라는 높은 생존율을 기록했다. 또한, 한라산 구상나무의 보전을 위해 5ha 규모의 제주 현지 외 보존원을 조성하는 등 실질적인 보호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김용관 원장은 고산 침엽수림 보전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국제적인 협력과 과학적 진단이 필수적임을 역설했다. 그는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와의 협력을 통해 침엽수림 보전과 기후 회복력 강화를 위한 공동 연구를 더욱 확대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이러한 다각적인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멸종 위기에 놓인 고산 침엽수림이 미래 세대에게 온전히 전달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