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산업계가 2050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정작 그 감축 성과를 정확히 측정하고 평가할 과학적 기반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기존에는 국제기구(IPCC)가 제시한 일반적인 배출계수를 국내 현실에 맞지 않게 적용하면서, 실제 배출량과의 괴리가 발생하고 온실가스 감축 정책 수립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이 발 벗고 나섰다.
농촌진흥청은 이번에 국내 사육 환경을 반영한 장내 발효 온실가스 배출계수 총 17종을 개발하고 등록을 완료했다. 이는 소와 돼지 등 주요 축종의 소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우리나라의 특수한 사육 환경에 맞춰 보다 정확하게 산정할 수 있도록 만든 국가 고유의 배출계수다. 온실가스 배출계수는 가축이 내뿜는 온실가스의 양을 정량화한 값으로, 국가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계산하고 감축 성과를 평가하며 탄소중립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그동안 국제기구의 기본값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발생했던 실제 배출량과의 차이 문제를 이번 국내 맞춤형 배출계수 개발로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7년간 농촌진흥청은 단계적으로 국내 맞춤형 배출계수 개발을 추진해 왔으며, 환경부 산하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의 엄격한 검증을 거쳐 최종 등록을 마쳤다. 구체적으로 한우 암·수(2024년 4종, 2023년 2종), 젖소 암소(2020년 3종), 돼지 암·수(2022년 8종) 등 총 17종의 배출계수가 개발되었다. 이러한 새로운 배출계수를 적용하여 가장 최근 통계자료인 2022년 기준 장내 발효 전체 메탄 배출량을 산정한 결과, 기존 2006년 IPCC 지침 기본값을 사용했을 때보다 약 10.4% 더 낮게 산정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우리나라 축산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실제로는 더 적을 가능성을 시사하며, 보다 현실적인 탄소중립 목표 설정과 정책 추진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번에 개발된 고유 배출계수는 국가 온실가스 보고서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농촌진흥청은 이를 바탕으로 축산 분야 탄소중립 정책을 더욱 정밀하게 수립하고, 감축 성과를 효과적으로 평가하는 데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메탄 저감 사료 및 질소 저감 사료에 대한 연구를 확대하고, 효과가 입증된 기술은 장기적인 평가와 현장 기술 이전을 통해 실질적인 보급을 추진하여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하겠다는 방침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가축정밀영양과 정현정 과장은 “모든 축종의 배출계수 완성과 등록을 통해 우리나라 축산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을 매우 정밀하게 산정할 수 있게 되었다”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온실가스 저감 기술 개발을 통해 2050 탄소중립 실현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