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젖소 개량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질 전망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이 유전체 유전능력평가체계를 확립하고, 이를 통해 젖소의 능력을 DNA 정보만으로 미리 파악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 개발을 넘어 젖소 개량 속도를 높이고 농가 사육비를 절감시키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젖소의 유전능력 평가는 부모나 조상의 혈통 기록과 암소의 우유 생산량 등의 검증 자료를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 방식은 정확도가 낮고, 특히 씨수소의 경우 딸소의 기록을 통해 평가해야 하므로 평균 5.5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는 젖소 개량 속도를 늦추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또한, 초기 송아지 단계에서의 유전능력평가 정확도는 평균 25%에 불과하여,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립축산과학원은 기존 혈통 자료와 검정 자료에 DNA 정보를 추가로 활용하는 새로운 국가 단위 유전체 유전능력평가체계를 구축했다. 이로써 송아지 단계에서의 평가 정확도를 평균 6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는 기존 방식보다 평균 35%p 향상된 수치다. 이제 국가 개량에 활용할 씨수소를 송아지 단계에서 선발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정액 생산이 가능한 1년 반이면 현장에 보급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기존 5년 반 걸리던 기간을 4년 이상 단축하여 세대 간격을 줄이고 젖소 개량 속도를 비약적으로 앞당길 수 있게 되었다.
이 기술은 국가 개량 체계뿐만 아니라 낙농가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낙농가는 송아지 단계에서 우수한 암소를 선발하여 맞춤형 교배를 할 수 있으며, 능력이 떨어지는 송아지는 판매하여 불필요한 사육비를 줄이고 소득을 높일 수 있다. 실제 계산에 따르면, 암소 한 마리를 첫 송아지 출산 후 우유 생산 단계까지 키우는 데 약 1,768만 원의 비용이 소요되지만, 같은 기간 우유 판매 수입은 1,187만 원에 불과하여 마리당 581만 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새로 개발된 유전체 평가를 활용하면 이러한 손실을 사전에 차단하고 효율적인 사육이 가능해진다.
이번 성과는 농림축산식품부, 농협경제지주 젖소개량사업소, 한국종축개량협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이루어졌다. 총 2만 4,370두의 유전체 자료를 평가에 활용했으며, 올해부터는 매년 3,000두 이상의 유전체 자료를 추가 수집하여 평가 정확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또한, 농협경제지주 젖소개량사업소와 협력하여 농가 서비스 체계를 마련함으로써, 낙농가는 암송아지 유전체 유전능력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우수 개체를 선발·교배하고 저능력우는 조기에 판매하여 사육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축산과학원은 이번 성과가 단순한 평가 기술의 개선을 넘어 젖소 개량 속도를 높이고 낙농가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 기술로서, 국민에게 안정적인 우유 공급 기반을 다지는 중요한 기술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으로도 농림축산식품부, 개량 기관, 그리고 현장의 낙농가와 협력하여 연구 성과가 현장에서 체감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