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중증장애인생산품 박람회—낯섦에서 일상으로’라는 현수막이 걸린 서울 양재동 aT센터 제2전시장에서는 장애인 생산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전환하고 이들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이 구체적인 현장으로 펼쳐졌다. 행사장 곳곳에서 공공기관 관계자, 시민, 그리고 생산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장애인 생산품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보호나 시혜의 대상이라는 과거의 인식을 ‘일상에서 당연히 소비되는 제품’으로 바꾸어 나가는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이러한 박람회가 개최된 배경에는 중증장애인이 생산한 제품들이 여전히 ‘소품’이나 ‘특별한 물건’으로 여겨지는 사회적 편견과, 이로 인해 안정적인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박람회는 이러한 ‘낯섦’을 ‘일상’으로 바꾸기 위한 솔루션으로서, 단순히 제품을 전시하는 것을 넘어 생산 과정의 섬세함과 제품의 품질을 직접 체험하고 확인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직업재활 체험 부스에서는 종이 쇼핑백 만들기, 꽃 만들기 등의 활동을 통해 참가자들이 생산 현장의 노동 강도와 정성을 직접 느끼도록 했다. 한 참가자는 쇼핑백 손잡이를 꿰매는 과정의 어려움을 언급하며, 옆에서 도와주는 작업장 선생님과의 협력을 통해 완성했을 때 큰 성취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러한 경험은 생산 과정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장애인 생산품을 ‘정직하게 만든 생활 속 제품’으로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박람회에서 선보인 다양한 제품들은 ‘맛·품질·가격’이라는 객관적인 경쟁력을 통해 기존의 고정관념을 정면으로 돌파했다. ‘래그랜느 쿠키’는 HACCP 인증을 받은 위생적인 공정을 자랑했으며, ‘쌤물자리’의 누룽지와 국수 등은 합리적인 가격과 함께 제품의 장점을 상세히 설명하는 조리 영상으로 신뢰를 더했다. 특히 구립강서구직업재활센터가 선보인 제설제와 세정제는 산업 현장에서도 사용될 수 있는 품질을 갖추고 있어, 장애인 생산품이 단순한 소비재를 넘어선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제품 앞에 선 생산자들의 당당한 표정은 동정이 아닌 실력으로 제값을 받을 수 있다는 자부심을 드러냈으며, 이는 관람객들의 긍정적인 반응으로 이어졌다.
또한, 박람회에서는 무대 위 약속과 통로에서의 실질적인 논의가 병행되며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과 안정적인 판로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를 향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우선구매 유공자 포상은 과거의 성과를 기리는 자리였으며, 이어지는 협약식은 내일의 공급망을 열어가는 중요한 다짐이었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스마트 모바일 솔루션 협약식과 더불어 한국교직원공제회, 한국장애인개발원, 전국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협의회와의 협약은 향후 판로 개척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공공 조달 담당자와 생산 시설 종사자가 납품 조건, 단가, 납기 등을 논의하는 모습은 박람회의 성과가 단순한 전시로 끝나지 않고 실제적인 비즈니스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제도는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해당 생산 시설의 제품과 서비스를 일정 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하여 중증장애인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제도다. 이러한 제도는 장애인의 자립을 돕는 실질적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며, 이번 박람회를 통해 선보인 제품들은 온라인몰, 직영점, 협동조합 매장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비자와 만날 예정이다. 시민들의 재구매는 신뢰로 축적되며, 쿠키 한 봉지, 누룽지 한 팩, 쇼핑백 하나가 누군가의 내일 출근을 가능하게 한다는 진실은 ‘낯섦에서 일상으로’라는 주제를 구호가 아닌 현실로 바꾸는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