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의 경쟁 질서가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간의 기업결합이 경쟁 제한 우려를 낳으며 공정거래위원회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조건부 승인으로 결정되었다. 이번 결정은 단순히 두 기업의 합병을 넘어, 디지털 시대의 핵심 자원인 ‘데이터’가 경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번 기업결합은 국내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인 지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지마켓과 해외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를 운영하는 알리익스프레스가 합작회사를 설립하여 공동으로 지배하게 되는 구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결합이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현재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서 알리익스프레스는 37.1%의 시장점유율로 1위 사업자이며, 지마켓은 3.9%로 4위 사업자다. 기업결합 이후 합작회사는 41%의 합산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된다. 특히, 최근 중국발 상품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알리익스프레스의 적극적인 국내 사업 확장 추세를 고려할 때, 합산 시장점유율은 41%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이번 기업결합의 핵심 쟁점은 바로 ‘데이터 결합’이 야기할 수 있는 경쟁 제한 효과였다. 지마켓은 20년 이상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운영하며 5,000만 명 이상의 회원 정보를 통해 소비 성향, 소비 패턴 등에 대한 풍부한 데이터를 축적해왔다. 반면 알리익스프레스는 전 세계 200여 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며 개별 상품별 구매 건수 및 평점 등을 통해 소비자 선호 관련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알리바바 그룹의 세계 최고 수준의 클라우드 및 인공지능 기술력이 더해지면, 양적, 질적으로 확대 강화된 소비자 데이터와 이를 분석·활용하는 능력이 통합될 것으로 분석되었다.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은 이용자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맞춤형 광고 및 서비스 품질이 향상되고, 이는 다시 이용자 유입 증가로 이어지는 피드백 순환구조가 작동하는 시장이다. 이러한 플랫폼 특유의 네트워크 효과, 즉 이용자 수 증가에 따른 판매자 유입, 다시 이용자 수 증가로 이어지는 교차 네트워크 효과 등이 맞물려 지마켓-알리 합작회사 플랫폼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시장 지배력이 강화될 우려가 제기되었다. 이는 정밀한 개인화 마케팅 기술을 통한 실시간 맞춤형 광고 적용이나 소비자 선호를 반영한 이용자 인터페이스 개발 등을 통해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이러한 데이터 역량을 갖추지 못한 경쟁사업자들은 이용자 이탈을 경험하거나 대규모 투자 부담을 안게 되어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러한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는 몇 가지 핵심적인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첫째, 지마켓·옥션과 알리익스프레스를 상호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두 플랫폼 간 국내 소비자 데이터를 기술적으로 분리하도록 명령했다. 또한,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서 상대방의 소비자 데이터 이용을 금지하며, 데이터 형태를 우회적으로 변형하여 시정명령을 위반하는 행위까지도 금지된다. 둘째, 해외직구 이외의 시장에서는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데이터를 상대방 플랫폼에서 이용하는 것에 관한 실질적인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셋째, 개인정보 보호 및 데이터 보안 노력 수준을 유지하도록 하는 시정명령을 함께 부과했다. 이러한 시정명령은 3년간 유효하며, 시장 상황 변동 등을 검토하여 연장될 수 있다. 더불어, 독립성을 갖춘 이행감독위원회를 구성하여 시정명령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공정위에 주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하였다.
이번 결정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 특히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간 기업결합이 야기하는 경쟁 왜곡 우려와 소비자 피해를 사전에 차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디지털 시장에서 중요성이 커지는 데이터 결합의 경쟁제한 효과를 심도 있게 검토하여 시정조치를 설계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나아가, 이번 기업결합을 통해 국내 판매자들이 알리익스프레스와 같은 글로벌 쇼핑 플랫폼을 이용하여 해외 판로를 개척하는 역직구 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앞으로도 기업결합 심사 시 데이터 결합 효과를 꼼꼼히 검토하고, 데이터가 경쟁, 시장 구조, 소비자 후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지속하여 디지털 대전환 시기에 시장 혁신을 유도하고 소비자 후생을 보호하는 데 매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