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산업 현장에서 활용하는 핵심 미생물 자원이 예기치 못한 사고나 자연재해로 인해 영구적으로 유실될 수 있다는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미생물은 전통주 제조부터 식품, 비료, 농약 개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산업 분야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개별 기업의 자체적인 관리만으로는 그 안정성을 완벽하게 보장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귀중한 생명 자원에 해당하는 이들 미생물이 유실될 경우, 관련 산업의 발전은 물론 국가 경쟁력 약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은 지난 9월 17일, 전통주 제조업체인 국순당과 산업미생물 안전 중복 보존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국순당이 전통주 제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미생물을 농업미생물은행에 안전하게 중복 보존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농업미생물은행은 액체질소 및 초저온 보존법을 활용하여 영하 196도의 극저온 환경에서 미생물을 장기간 보존하는 전문 시설이다. 이곳은 철저한 보안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권한이 부여된 작업자만이 접근할 수 있으며 모든 입출고 기록이 철저히 관리된다. 또한, 이중 잠금장치와 기탁자와 담당자가 함께 열어야만 접근이 가능한 시스템을 통해 최고 수준의 보안을 유지한다. 보존된 미생물 정보는 공개되지 않으며, 기탁 기관의 명확한 동의 없이는 누구도 접근할 수 없다. 보존 기간은 최초 5년으로 설정되며, 5년 단위로 연장이 가능하여 기업의 의사에 따라 반영구적인 보존도 가능하다.
국가 차원에서 제공하는 이러한 장기 안전 중복 보존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정착될 경우, 기업들은 자체적인 미생물 보존에 대한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통주 제조업체인 국순당 신우창 연구소장은 “전통주의 맛과 향을 결정하는 핵심 소재인 미생물을 농업미생물은행에 중복 보존함으로써, 미생물 보존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고품질 전통주 개발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는 미생물 유실 위험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함으로써 관련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귀중한 국가 생명 자원을 미래 세대에게 온전히 물려줄 수 있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서비스는 2021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다부처 국가생명연구자원 선진화 사업’의 일환으로 농촌진흥청 농업미생물은행(KACC)이 수행하고 있으며, 샘표식품, 종근당건강, 경농 등 다양한 기업들의 산업용 미생물이 이미 이 서비스를 통해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