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도로 증가하는 고령인구는 돌봄, 의료, 일자리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상당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고령화 추세는 단순히 사회적 부담을 넘어, 새로운 시장 창출의 기회 요인으로도 전환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바이오, 로보틱스 등 첨단 기술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현 상황에서, 에이지테크(Age-Tech) 분야의 기술력 확보와 글로벌 시장 선점은 국가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인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복합적인 문제 해결을 목표로 ‘에이지테크 R&D 로드맵(안)’ 수립에 본격 착수했다.
위원회는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에이지테크 R&D 로드맵 수립 지원 연구 착수보고회’를 개최하며 연구의 첫 발을 내디뎠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이 오는 12월까지 진행할 이번 연구는 에이지테크를 통해 돌봄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독거노인의 고립을 완화하며, 건강 수명을 연장하는 등 초고령사회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 개발 로드맵(안)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에이지테크는 기존의 고령자 관련 제품 및 서비스에 AI, 바이오 등 첨단 기술을 융합하여 고령자의 삶의 질 향상에 더욱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제품 및 서비스를 의미한다.
이번 연구는 범 부처적인 시각에서 개발이 필요한 에이지테크 기술과 그 개발 계획을 체계적으로 제시하기 위해 추진되었다. 카이스트 미래전략연구센터가 총괄하는 이번 연구에는 AI, 바이오, 로보틱스 분야의 총 10여 명의 전문 연구진이 참여한다. 연구진은 국내 에이지테크 R&D 현황과 글로벌 기술 동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전문가 및 업계 의견을 수렴하여 향후 개발이 필요한 핵심 기술을 선정한 후 R&D 로드맵(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로드맵(안)에는 돌봄 인력 부담 완화를 위한 AI 돌봄 로봇, 독거노인의 물리적·심리적 고립 해소를 위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 고령층의 독립적인 생활과 안전을 지원하는 근력 보조 웨어러블 기기, 노화 방지 및 건강 수명 연장을 위한 노인성 질환 치료제 및 재생의료 기술, 그리고 고령자가 익숙한 환경에서 계속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AIP(Aging-in-Place) 인프라 및 스마트 홈케어 시스템 구현 등 ‘문제 해결형 R&D’가 우선적으로 검토될 계획이다. 이는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부담을 줄이면서도 기술 혁신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적 접근 방식이다.
주형환 부위원장은 에이지테크가 건강 수명 연장, 돌봄 부담 완화, 의료비 경감 등 사회적 부담 완화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증가하는 실버 산업과 시장을 견인할 국가 성장 동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에이지테크를 국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관계 부처별 산발적인 대응 방식에서 벗어나 범 부처적 시각에서 총괄적인 연구 개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위원회는 올해 5월 출범한 에이지테크 융합 얼라이언스 등 거버넌스를 적극 활용하여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수렴할 계획이다. 또한, 이번 연구가 국내 에이지테크 R&D 실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범정부적 추진 방향을 제시하는 최초의 시도인 만큼, 연구진 외에도 에이지테크 융합 얼라이언스와 같은 거버넌스 활용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를 통해 R&D 로드맵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주요 개발 기술에 대한 실증 및 시범 사업, 그리고 관련 법과 제도의 개선 방향까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위원회는 최종적으로 ‘에이지테크 R&D 로드맵(안)’이 마련되면 그 결과를 관계 부처에 공유하고, 공동 대응을 위한 부처 간 협업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에이지테크가 미래 성장 동력이자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국가 전략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