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77년 만에 멸종위기종 1급인 검독수리의 번식 둥지가 확인되며, 이 생태계의 복원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던 대형 맹금류 검독수리의 번식 실체가 제주도 한라산에서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번 발견은 지난해 2024년 7월, 한라산 북쪽 인근에서 구조된 어린 검독수리와 지역 주민의 목격담을 계기로 시작되었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조사를 준비했으며,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의 허가를 받아 올해 2025년 4월부터 최근까지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지회 회원들과 함께 광범위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한라산 북쪽 지대 약 90m 절벽에서 지름 약 2m, 높이 약 1.5m에 달하는 검독수리 둥지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올해 5월, 약 200m 떨어진 지점에서 망원카메라를 이용하여 검독수리 암컷 한 쌍과 새끼 한 마리가 둥지에 함께 서식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둥지는 마른 나뭇가지로 견고하게 쌓아 올렸으며, 내부는 마른 풀잎과 푸른 솔가지로 깔끔하게 정리된 상태였다. 이 번식 쌍은 모두 최소 6년 이상 성숙한 개체로 추정되었으며, 새끼의 성별은 외형만으로는 구분이 어려웠다. 7월 조사에서는 이 검독수리 가족이 둥지를 떠난 것을 확인했으며, 연구진은 검독수리가 번식지를 쉽게 옮기지 않는 특성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같은 장소에서 번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번식 둥지와 함께 번식 쌍, 그리고 새끼까지 발견된 것은 1947년부터 1948년까지 한국에서 복무했던 미군 장교 로이드 레이몬드 울프의 논문 이후 77년 만에 처음으로 기록된 사실이다. 당시 로이드 레이몬드 울프는 한국인 가이드와 함께 경기도 예봉산과 천마산 일대에서도 검독수리 둥지를 발견하고 1950년 미국의 저명한 조류학술지 ‘디 오크(The Auk)’에 그 내용을 게재한 바 있다.
검독수리(Aquila chrysaetos japonica)는 날개 편 길이가 2m가 넘는 대형 맹금류로, 국내에서는 주로 전국의 산야 및 습지 주변에서 겨울철에 소수의 개체가 관찰된다. 유럽, 아시아, 북아메리카 등 북반구 전역에 분포하며, 사슴, 토끼, 고라니 등 포유류와 오리, 꿩 등의 조류를 사냥한다. 먹이가 부족해지는 겨울에는 사체까지 먹기도 한다. 매년 1~2월에 1~4개의 알을 낳고, 포란 기간은 44~45일, 육추 기간은 70~102일 정도 소요된다.
국립생태원은 이번 검독수리 둥지 발견을 계기로 제주특별자치도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여 서식지 보전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지속적인 번식 상황 관측과 더불어 번식한 개체의 기원 연구도 추진할 예정이다. 77년 만에 확인된 검독수리의 번식 둥지는 국내 야생 생태계의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기대되며, 향후 멸종위기종 복원 노력에 귀중한 데이터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