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사망, 학대, 이혼 등으로 인해 가정의 보살핌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위탁가정. 하지만 위탁 부모들은 아이를 사랑으로 돌봄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는 ‘동거인’에 불과하다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아이가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수술 동의서조차 서명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진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국민권익위)가 ‘국민생각함’ 플랫폼을 통해 3,4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4.3%가 위탁 부모가 법적 보호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위급한 아동의 수술 동의를 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해 ‘매우 불합리’하거나 ‘불합리’하다고 답했다. 이는 아이를 위한 최선의 결정이 필요한 순간에 위탁 부모가 아무런 권한 없이 무력해지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주며, 사회 전반의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가정위탁제도 자체에 대한 국민들의 낮은 인지도를 여실히 드러냈다. 전체 응답자의 71.6%는 가정위탁제도를 ‘처음 들어봤다’ 혹은 ‘들어는 봤으나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고 답하여, 제도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홍보와 인식 개선이 시급함을 시사했다. 또한, 위탁 가정에 매월 지원되는 양육보조금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 실제 지원액 사이에도 큰 차이가 있었다. 현재 월 30~50만원 수준의 지원금이 지급되고 있으나, 응답자의 과반수인 61.1%는 월 70만원 이상의 금액이 지원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양육보조금이 지방자치단체별로 다르게 지급되는 현실에 대해서는 73.3%가 불합리하다고 지적하며, 지역 격차 없는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정위탁제도의 실질적인 활성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지역 격차 없는 양육비 현실화와 국가 책임 강화’가 37.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뒤이어 ‘의료 동의, 통장 개설 등 위탁 부모에게 최소한의 법적 권한 부여’가 29.5%, ‘가정위탁의 중요성을 알리는 대대적인 공익 홍보 및 캠페인’이 17.0% 순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위탁 아동에게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위탁 부모의 양육 부담을 실질적으로 경감하는 것이 제도 개선의 핵심 과제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한편, 제도에 대한 낮은 인식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위탁가정에 대한 도움 의지는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응답자의 78.8%는 위탁가정을 위한 ‘경제적 후원’에 긍정적인 의사를 보였으며, 86.4%는 전문 지식 등을 활용한 ‘재능기부 참여’에 긍정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이는 가정위탁제도의 존재와 중요성이 널리 알려진다면, 사회 전반의 따뜻한 관심과 지원이 더욱 활발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국민권익위 김기선 권익개선정책국장은 “약 3,500명의 국민들의 소중한 의견을 제도개선안에 충실히 담아 정책 현장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혀,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실질적인 제도 개선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