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불확실성을 더해가고 있는 가운데, 한국, 미국, 일본 외교장관이 모여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고 대북 억제 태세를 공고히 하기 위한 긴밀한 공조를 약속했다. 이는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북핵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 의지를 분명히 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지난 9월 22일(현지시간), 제80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참석차 뉴욕을 방문 중이던 조현 한국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대신과 함께 삼국 외교장관 회의를 갖고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번 회의는 올해 들어 네 번째로 개최되는 장관급 회의로, 조 장관은 취임 후 처음으로 이 자리에 참석하며 한미일 협력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시점에 열린 회의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회의가 역내 문제 및 경제안보 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각급 정책 공조를 증진하는 데 유용한 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루비오 장관과 이와야 대신 역시 조 장관의 참석을 환영하며 역내 평화, 안정, 번영을 위한 한미일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이날 회의에서 3국 장관들은 그동안 한미일 안보 협력과 사이버 대응 공조 등에서 거둔 성과를 평가하는 한편,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견지하고 대북 억제 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대북 정책 관련 긴밀한 공조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조 장관은 대북 대화 재개를 포함하여 한반도 평화와 북핵 문제 해결의 실질적인 진전을 위해 적극 협력해 나가자고 제안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하면서도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더불어 3국 장관들은 경제안보 협력과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공조 심화 방안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 조 장관은 미국의 첨단 기술과 제조업 르네상스를 위한 최적의 파트너로서 협력 의지를 재확인하며, 이를 위해 원활한 인적 교류 보장, 특정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개선, 새로운 비자 제도 도입 등이 필수적임을 강조하며 미국 측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이에 루비오 장관은 해당 사안이 3국 간의 문제가 아닌 양자 차원의 문제임을 언급하면서도, 우호적 동맹 관계를 고려하여 조속한 문제 해결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화답했다.
이 외에도 3국 장관들은 퀀텀, 원자력, AI, 공급망 등 분야별 실질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를 기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구체적인 행동을 기반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기 위해 한미일 사무국을 적극 활용하고, 장관 차원에서 이를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결정은 북핵이라는 심각한 안보 위협에 맞서 경제안보 및 첨단 기술 협력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공조를 강화하며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그러나 대북 대화 재개 제안과 구체적인 협력 강화 방안이 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 개발 지속 및 위협 고조 상황 속에서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봐야 할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