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저온 상태의 액화수소를 대량으로 운송하는 것은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분야이다. 특히 영하 253℃의 극한 환경에서 수소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운송할 수 있는 액화수소 운반선 건조 기술은 해운 및 조선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국제적으로는 일본 등 일부 국가의 독립형 화물창 기술이 주를 이루었으나, 이는 높은 제작 비용과 선체 용적 감소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기존의 제약은 액화수소의 대량 운송 및 시장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양수산부는 우리 조선업계가 개발한 혁신적인 ‘선체 탑재형 액화수소 화물창(멤브레인형)’ 기술을 국제 기준에 반영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선체 탑재형 화물창은 선체 내부에 특수 단열 공간을 마련하여 액화수소를 저장하는 방식으로, 기존 독립형 화물창에 비해 공간 활용도가 높고 비용 효율적이며 대형화에도 유리하다는 장점을 가진다. 해양수산부는 국내 선박 전문 기관들과 협력하여 이 기술을 국제해사기구(IMO)에 제안했으며, 프랑스, 인도 등 주요 회원국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지난 9월 8일부터 12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열린 IMO 제11차 화물·컨테이너 운송 전문위원회에서 해양수산부가 제안한 ‘액화수소 산적 운반선 지침’ 개정안이 채택된 것이다.
이번 개정안 채택으로 우리 조선업계의 액화수소 운반선 건조 기술은 국제 기준으로 인정받게 되었으며, 내년 5월 IMO 제111차 해사안전위원회에서 최종 승인 절차를 거치면 즉시 효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이는 곧 우리 기술로 건조된 액화수소 운반선을 통해 수소의 대량 운송이 가능해짐을 의미한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번 개정안 승인을 통해 차세대 친환경 선박 연료인 액화수소를 운반하는 선박을 우리 기술로 건조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히며, “앞으로도 우리 해운·조선 산업계가 글로벌 친환경 시장에서 주도권을 더욱 강화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국제적 인정은 국내 산업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높이고, 나아가 수소 시장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