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질 데이터 확보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른 인공지능(AI) 시대, 국내 데이터 활용의 문턱을 낮추고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대책이 발표되었다. 그간 가명정보 제도는 공공난제 해결과 신규 사업 모델 창출에 기여해 왔으나, 복잡하고 불명확한 처리 기준과 절차, 그리고 재식별에 따른 법적 책임 우려로 인해 현장에서는 데이터 활용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24년도 개인정보 보호·활용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내 가명정보를 제공한 경험이 있는 공공기관은 전체 응답기관의 2%에 불과했으며, 평균 310일에 달하는 결합 절차는 연구자와 기업의 적극적인 활용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가명정보 제도·운영 혁신방안」을 발표하며, 가명정보 활용에 대한 법적 부담을 줄이고 절차를 합리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이번 혁신방안의 핵심은 가명처리 과정의 전문성과 법적 부담을 완화하는 데 있다. 우선, 내년부터 가명처리 업무를 위탁할 수 있는 ‘원스톱 지원서비스’가 제공되어 공공기관이 자체적인 전문 인력 없이도 가명처리가 가능해진다. 또한, 개인정보위가 지정한 전문기관을 통해 가명처리 적정성을 확인받음으로써 데이터 제공 기관의 법적, 행정적 부담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공무원의 법적 부담 완화를 위해 ‘가칭 공무원 면책 가이드라인’에 가명처리 관련 면책 사항이 포함되며, 법 적용이 불명확한 상황에 대한 신속한 회신과 구체적인 지침을 제공하기 위해 연내 ‘가명정보 비조치 의견서(No Action Letter)’가 도입된다. 나아가, 가명정보 제공 실적을 기관 평가 가점 항목으로 반영하고, 가명정보 처리 수수료 수입으로 관련 비용을 보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등 인센티브를 강화한다. 이를 통해 현재 2% 수준에 머물러 있는 가명정보 제공 경험 공공기관 비중을 ’27년까지 50%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더불어,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가명처리 절차의 간소화도 추진된다. ‘데이터 위험도’와 ‘처리환경의 취약도’를 기준으로 리스크 등급이 낮은 경우, 서면 심의나 담당자 적정성 검토로 심의를 대체할 수 있는 간소화된 절차를 마련한다. 이미지, 영상 등 비정형 데이터에 대해서는 전수조사 대신 표본조사를 통해 가명처리 수준의 적정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하며, 가명처리 과정에서 구비해야 하는 서류 또한 대폭 통폐합하여 기존 최대 24종에서 최소 13종으로 줄인다. 공공기관 내 가명정보 제공 절차 역시 효율화하여, 올해 11월까지 ‘가칭 공공기관 가명정보 제공·관리 체계에 관한 규정’을 총리 훈령으로 제정하여 데이터 제공 협의부터 반출까지 평균 310일이 소요되던 기간을 ’27년까지 100일 이내로 단축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가명처리 결과의 적정성을 검토하기 위한 가명처리 적정성 심의위원회의 운영 근거를 법제화하고, 데이터 처리 환경의 안전성을 보증하는 ‘개인정보 이노베이션존’ 운영을 확대·강화하여 보다 유연한 개인정보 활용을 촉진할 계획이다. 이러한 조치들을 통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인 고품질 데이터 확보를 위한 기반을 다지고, 현장에서 데이터를 더욱 쉽고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