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일체형 태양광(BIPV)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기존의 획일적인 태양광 패널 설치 방식에서 벗어나, 건물 자체를 에너지 생산 설비로 활용하는 기술은 도심의 제한된 공간 활용과 미관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그러나 현재까지 BIPV 기술은 낮은 효율성과 높은 설치 비용으로 인해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일반적인 건물 외장재를 대체하면서도 충분한 에너지 생산량을 확보하는 것이 기술적 난제로 남아있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한국전력(사장 김동철, 이하 한전)은 이러한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고 도심 건물에 적용 가능한 차세대 BIPV 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한전은 세계 최초로 100W급의 성능을 갖춘 유리 창호 형태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하고 실제 건물에 설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기존의 태양전지 기술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높은 에너지 생산성을 건물 외장재에 적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획기적인 성과다. 특히, 유리 창호라는 일상적인 건축 요소를 활용함으로써 별도의 공간을 확보하거나 미관을 해칠 우려 없이 태양광 발전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한전은 서울 한전 아트센터에 자체 개발한 이 유리 창호형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9월 4일(목)부터 시범적으로 설치하며 기술의 실증 작업에 들어갔다. 이 기술은 건물 외벽이나 지붕뿐만 아니라, 창호라는 접근성이 높은 부위를 통해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게 함으로써 도심 건물들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한전의 100W급 유리 창호형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 시도는 도심 건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다. 만약 이 기술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다면, 건물들은 더 이상 외부 에너지원에만 의존하는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닌,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능동적인 생산 설비로 변모할 수 있다. 이는 곧 건물 운영 비용 절감은 물론, 탄소 배출량 감축에도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고층 건물이 밀집한 도심 지역에서 공간 제약 없이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국가 에너지 안보 강화와 기후변화 대응 목표 달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