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청소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어른이 된다는 막연한 두려움에 휩싸이며, 세금이나 집 계약, 학자금 대출 같은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막막함을 느끼는 고등학생 자녀의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러한 현실은 부모들에게 자녀의 자립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안겨준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이 처한 현 상황은 바로 ‘청소년기 가족’이라는 가족생활주기 단계에 해당하며, 이는 듀발(Duvall)의 8단계 이론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 과정이다. 이 시기의 가족은 자녀가 가치관과 정체성을 탐색할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고, 의사소통 방식을 협의와 대화 중심으로 변화시키며, 권위적인 구조를 점진적으로 수평화하는 발달 과업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청소년기 가족의 발달 과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자녀의 자립을 돕기 위해서는, 자녀가 갖추어야 할 필수 역량들을 명확히 인지하고 이에 대한 준비를 지원해야 한다. 자녀의 자립을 위한 핵심 역량은 크게 여덟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요리, 집 관리, 의복 관리 등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일상생활 기술’이다. 둘째, 위생 관리, 건강 관리, 응급처치, 성교육, 사기 예방 등 자신을 돌보는 ‘자기관리 기술’이다. 셋째, 지역 서비스, 공공기관, 여가 및 문화시설 등 주변의 사회적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지역사회 자원활용 기술’이다. 넷째, 감정 조절, 효과적인 의사소통, 건강한 대인관계 형성, 봉사활동 참여 등 ‘사회적 기술’이다. 다섯째, 합리적인 소비 습관과 효율적인 용돈 관리 등 ‘자산관리 기술’이다. 여섯째, 주거 마련을 위한 집 구하기, 계약 절차, 이사 방법 등을 숙지하는 ‘사회진출 기술’이다. 일곱째, 직업에 대한 이해, 진로 적성 검사, 대학 진학 및 직업 탐색, 이력서 작성 등 ‘진로탐색 기술’이다. 마지막으로, 창업이나 취업을 통해 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직업인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직업생활 기술’이다.
결론적으로, 고등학생 자녀의 자립을 돕는다는 것은 단순히 정답을 알려주거나 완벽한 미래를 설계해 주는 것이 아니다. 자녀가 스스로 길을 찾아 나설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때로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는 부모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모의 따뜻한 지지와 믿음, 그리고 격려야말로 자녀가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단단히 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밑거름이 된다. 학부모 On누리 누리집에서는 이러한 영아기부터 성인 초기까지 자녀의 발달 단계에 따른 정보와 양육·교육 실천 방법을 담은 <학부모는 처음이라> 시리즈를 통해 더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