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의 외식 중 겪었던 사소한 해프닝은 ‘아줌마’로서의 삶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열어주었다. 공중화장실에서 휴지가 부족해 허둥대는 모습에 자매들이 웃음을 터뜨렸지만, 오히려 필자는 이를 통해 ‘웃기는 아줌마’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루었다고 느꼈다. 이러한 경험은 타인을 웃기는 행위가 곧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길임을 보여주며,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동기로 작용한다. 이러한 삶의 철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인물로 일본 작가 사노 요코가 있다.
사노 요코는 유방암이 뼈에 재발하는 심각한 건강 문제에 직면했음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도 일상생활을 유지하며 삶을 긍정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그녀는 버석거리는 노년의 삶을 현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시한부 선고를 받은 후 재규어를 구매하고 한류 드라마에 빠지는 등 예상치 못한 유쾌한 행동을 선보였다. 이러한 모습은 죽음이라는 거대한 시련 앞에서도 덤덤함을 잃지 않고, 오히려 박력 넘치는 돌파구를 찾아 나서는 할머니의 모습처럼 그려진다. 그녀가 죽음 앞에서 평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마작 게임에서 얻은 통찰력에서 찾을 수 있다. 사노 요코는 “뻔히 질 줄 알면서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 포기해서는 안 된다. 도망치는 인생은 비겁하다”고 말했다. 이는 먼 곳의 희망을 바라보며 현재를 성실히 살아가는 프로페셔널의 자세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노 요코의 글쓰기 방식은 자유분방함이 특징이다. 그녀는 원고를 육필로 작성하며 썼다, 지웠다, 잘랐다, 붙였다 하는 과정을 거쳐 독특한 글을 완성했다.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이라는 수필의 정의에 부합하지만, 때로는 두서없는 이야기 전개나 낯선 일본의 풍경, 인물, 음식 등이 등장하여 독자에게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겪는 독자들을 위해 NHK에서 방영된 프로그램을 엮은 ‘요코 씨의 말’이라는 책이 추천된다. ‘요코 씨의 말’은 서너 줄의 글과 그림이 곁들여진 만화책과 동화책의 중간 형태의 작품으로, 아이가 그린 듯 순수하면서도 디테일이 살아있는 그림을 통해 일본의 풍경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사는 게 뭐라고’의 백미인 한류 열풍 에피소드가 포함되어 있으며, 일본 일러스트레이터의 시각으로 그려진 배용준과 최지우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이 시리즈는 총 다섯 권으로 구성되어 있어 긴 연휴 동안 즐기기에 좋다.
추석 연휴와 같이 명절을 맞아 바쁜 일상 속에서 독서를 할 여유가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고향으로 가는 막힌 도로 위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명절 음식을 준비하며 바쁘게 움직이는 이들도 있다. 또한, 어른들의 잔소리를 견디며 몸져눕기 십상인 상황에 놓인 사람들도 있다. 때로는 해외 도피를 꿈꾸지만 현실의 제약으로 인해 한숨짓게 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사노 요코의 말을 떠올리며 ‘도망치는 인생은 비겁하다’는 격언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프로는 먼 곳을 바라보듯, 현재를 성실하게 살아가며 전을 부치는 것처럼 맡은 바를 다한다면 조상께서 앞날에 복을 내려주실지도 모른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