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반응을 얻지 못하는 기술 개발은 결국 사장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25일, 딥테크 혁신기업 ㈜엔도로보틱스에서 「중소벤처 R&D 혁신방안」을 발표하며 ‘돈이 되는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경제적 성과로 직결되는 연구개발(R&D)을 통해 강한 중소기업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으며, 그 결과 2026년 중소벤처 R&D 정부 예산안을 역대 최대 규모인 2.2조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2023년 1.8조원에서 2025년 1.5조원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던 예산 규모를 대폭 반등시키는 결정이다.
이번 혁신방안은 크게 네 가지 축으로 설계되었다. 첫째, 팁스(TIPS) 방식 R&D 확대 및 고도화에 1.1조원을 투입한다. 민간 벤처캐피탈의 선투자를 유도하는 팁스 방식은 기존 창업 지원에서 벗어나 성장(스케일업) 및 글로벌 진출까지 전 주기를 지원하는 체계로 개편된다. 특히 ‘스케일업 팁스 R&D’의 신규 과제는 2025년 152개에서 2026년 300개로 약 두 배 증가하며, 과제당 지원 규모도 최대 30억원으로 상향된다. 또한, ‘글로벌 팁스 R&D’를 신설하여 4년간 최대 60억원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딥테크 등 첨단 전략 분야에는 ‘무빙타겟’ 방식을 도입하여 기술 및 시장 변화에 따른 유연한 R&D 목표 변경을 허용하고, 전문가(PM) 중심의 밀착 지원을 강화한다. 더불어, 딥테크 챌린지 프로젝트(DCP)를 통해 생태계 혁신을 위한 다수 기업 참여 대규모 프로젝트에 4년간 최대 200억원까지 지원한다.
둘째, 기술사업화 촉진 프로그램(한국형 STTR 등) 신설에 2천억원을 배정한다. 대학 및 출연연의 공공기술이 중소기업의 경제적 성과로 이어지도록 ‘민관공동 기술사업화 R&D’, 즉 한국형 STTR을 새롭게 운영한다. 미국 STTR 제도를 벤치마킹한 이 제도는 기술 및 시장성을 우선 검증한 후 R&D를 수행하고, 우수 성과 과제에 대해 투·융자, 수출, 마케팅 등 후속 사업화까지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3단계 체계로 운영된다. 또한, R&D 이후 사업화를 위한 ‘기술사업화 패키지 사업’도 신설되어, 각 부처 R&D 우수 기업을 대상으로 사업화 전담기관이 주치의 방식으로 맞춤형 지원을 제공한다. 더불어, 기술 및 R&D 프로젝트 중심으로 가치를 평가하고 보증하는 R&D 사업화 보증도 신설되어 3,100억원의 보증이 공급될 예정이다.
셋째, 분야별 전략적 R&D 지원을 강화한다. 지역 주력 산업 육성에 969억원, 중소기업의 인공지능(AI) 활용·확산에 450억원, 생명공학(바이오)-AI 벤처와 제약기업 간 협업형 공동 R&D에 118억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글로벌 탄소 규제 대응 분야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다.
넷째, 중소기업 R&D 지원체계를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한다. 기업별 맞춤형 정보 안내 챗봇과 사업계획서 작성을 보조하는 AI 모델을 도입하여 행정 부담을 줄이고, 최대 20종에 달하는 서류 제출은 평가에 필요한 최소 서류만 제출하고 선정 이후 사후 확인·제출하는 방식으로 간소화한다. 이는 기술혁신개발사업의 경우 제출 서류를 12종에서 4종으로 대폭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또한, 평가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 평가위원 풀을 3만 명으로 확대하고, 기업이 평가위원을 평가하는 ‘역평가 제도’를 확대 적용하여 부적합한 전문가는 지원 사업 전반에서 배제할 방침이다.
한성숙 장관은 “기업의 혁신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최고의 기업 정책인 R&D 지원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국가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돈이 되는 기술, 시장의 선택을 받는 기술을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번 R&D 지원 정책 개편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현장 간담회에서는 정책의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시행착오를 최소화하여 정책 효과가 신속히 나타날 수 있도록 현장의 쓴소리를 당부했다. 이러한 대규모 투자가 실제 중소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견인하고, 궁극적으로 ‘돈이 되는 기술’ 개발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