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기술로 부상한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지역별 특화된 역량을 지닌 연구개발특구(이하 특구)를 중심으로 AI 빅테크를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본격적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각 특구의 다양한 산업 기반 위에 AI 기술을 확산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AI 기업을 키우기 위한 ‘AI 글로벌 빅테크 육성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배경에는 AI 기술이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전 산업에 혁신을 불러일으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확산하고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육성하는 데 있어 발생하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과기정통부와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은 지난 25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융합기술연구생산센터에서 ‘연구개발특구 AI 확산 간담회’를 개최하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했다. 이 간담회는 특구를 AI 확산의 거점으로 삼고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하여 정책 수립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되었다. 간담회에는 과기정통부 연구성과혁신관 주재 하에, 올해 1차 추경 예산을 통해 신규 추진되는 AI 글로벌 빅테크 육성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AI 분야 기업인 및 연구자 30여 명이 참석하여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했다.
행사의 시작은 반도체 후공정 검사 솔루션 전문기업인 블루타일랩 현장 방문으로 이루어졌다. 블루타일랩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으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아, 3D 패키징 후공정 혁신을 위한 AI 융합 지능형 광학 검사·제어·인터랙션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 기업은 극초단파 레이저와 광학현미경 시제품 등을 선보이며 기술력을 과시했으며, 정부의 사업 지원을 통해 향후 5년간 AI 검사장비 매출액 500억 원, 3년간 기업 투자 유치 300억 원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ETRI는 융합기술연구생산센터 내에 마련된 스타트업 시제품 제작 지원 인프라, ICT 융합 테스트베드, 스타트업 기술 상담 프로그램 등을 소개하며 산학연 협력 생태계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진 간담회에서 과기정통부는 특구 내 AI 분야의 전략적 육성 방안과 AI 기업의 전주기적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AI 글로벌 빅테크 육성사업의 정책지원형 주관기관인 글로벌오픈파트너스는 AI-X 핵심 기술 확보부터 사업화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전문기업 육성 프로그램과 혁신 주체 간의 활발한 네트워킹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경쟁형 R&BD 주관기관인 나니아랩스와 바스젠바이오도 구체적인 사업화 계획을 발표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나니아랩스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자율 AI 설계솔루션 기업으로, 제조업 특화 노코드 AI 플랫폼을 개발하여 KAIST 14대 미래선도기술 대표 연구성과로 선정된 바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제조업 혁신을 위한 Agentic AI 기반 자율 설계 플랫폼 개발을 추진하며 2027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 AI 기반 바이오 빅데이터 전문기업인 바스젠바이오는 127억 원 이상의 누적 투자를 유치했으며, 이 사업을 통해 AI를 활용한 임상시험 시뮬레이션 솔루션 사업화에 나서 내년 기술특례 상장을 기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엠에스아이랩스, 제이엔이웍스, 케이쓰리아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KAIST, ETRI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AI 확산과 기업 성장을 위한 지원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은영 과기정통부 연구성과혁신관은 “AI는 특정 기술 분야를 넘어 모든 산업에 적용되어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분야”라며, “연구개발특구의 축적된 역량을 결집하여 AI 전환과 확산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과 현장의 노력이 결합될 경우, 연구개발특구는 AI 기술 혁신의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하며 대한민국의 AI 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