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우리술 시장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 ㈜좋은술의 이예령 대표가 ‘오양주’ 기법으로 빚은 전통주의 세계화를 꿈꾸고 있다. 최근 ‘2025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대통령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달성한 이 대표는, 술이 완성되기까지 수개월의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 ‘오양주’만의 독보적인 맛과 향을 세계 시장에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막걸리가 한 번의 발효 과정을 거치는 ‘단양주’인 것에 반해, ‘오양주’는 쌀과 누룩을 추가하며 발효 과정을 다섯 번까지 반복하는 기법이다. 이러한 덧술 과정을 여러 차례 거치면서 술의 풍미와 향, 그리고 목 넘김까지 부드러워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예령 대표가 이번에 수상의 영예를 안은 ‘천비향 약주 15도’의 경우, 밑술과 덧술을 포함하여 총 다섯 번의 발효 과정을 거치는 데만 6일이 소요된다. 이후 22~25도에서 2주간 발효시키고 15℃ 이하 저온에서 3개월간 숙성하는 과정을 거친다. 또한, 완성된 술을 여과하는 채주 과정과 추가적인 3개월간의 저온 숙성을 포함하면, 한 병의 술이 완성되기까지 최소 6~7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긴 기다림의 시간은 술의 깊은 맛과 풍부한 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천비향 약주’는 전통 누룩을 사용하여 쌀 본연의 단맛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또한, 여러 차례의 덧술 과정을 통해 미생물을 효과적으로 증대시켜 누룩 사용량을 최소화함으로써, 젊은 층이 전통주에서 흔히 느끼는 누룩 특유의 냄새를 줄였다. 이는 맛과 향을 결정짓는 누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끊임없이 연구해온 결과이며, 평택에서 엄선된 쌀을 사용하는 등 재료 선택에도 심혈을 기울인 결과이다.
사실 ‘천비향’은 술을 잘 만드는 것만큼이나 판로 개척에 있어 초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가족의 든든한 지원 속에서 2018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약·청주 부문 대상 수상과 2019년 한·아세안 정상회의 만찬주로 선정되는 등 점차 입지를 넓혀갔다. 이 대표는 ‘천비향 약주’와 ‘화주'(증류주), ‘택이'(탁주), 그리고 무궁화 꽃잎을 활용한 ‘어차피'(증류주) 등 다양한 우리술을 개발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무궁화 꽃잎을 활용한 술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꽃의 아름다움과 탄소 흡수 능력이라는 친환경적 가치를 담아내며, 우리술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최근 ‘K-콘텐츠’의 인기가 전통주 시장으로까지 확장되는 현상을 체감하고 있으며, 평택 미군부대 외국인 방문객들의 긍정적인 반응과 홍콩, 싱가포르 등 해외 수출 준비를 통해 우리술의 해외 시장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다만, 해외 수출을 위한 ‘살균’ 과정이 기존의 술맛을 해칠 수 있다는 점과 유통기한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이예령 대표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높아지는 전통주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우리술을 더 많은 기회와 자리에서 접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희망하고 있다.
이예령 대표는 중국 쓰촨성에서 열린 1조원 규모의 주류 행사에서 한국 술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경험을 오히려 큰 기회로 삼고 있다. 현재 생산량 증대를 위한 설비 확장을 진행하며, ‘우리술을 세계로’라는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대로 된 우리술을 만들어 ‘K-컬처’ 확산에 기여하는 것이 그의 최종 목표다.